"개헌하면 연임 가능한가요?"…전두환도 고개 저은 '중복개헌'

김태은 기자
2015.11.18 06:04

[the300][미래를 찾는 긴 여정-리버럴리스트의 매니페스토](8)한 세대가 지나고 있다-배경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요즘 헌법의 대통령 중임 제한 조항을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정치권에서 개헌이 화두로 떠오르자 자연히 대통령의 임기 연장이나 연임 제한 폐지 같은 권력구조 개편 가능성이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제까지 총 9차례 이뤄진 개헌에서 권력구조와 관련이 없었던 때는 1960년 11월 4차 개헌 단 한번 뿐이다.

5년 단임 대통령제에서 대통령 연임이 불가능단 것은 상식이다. 연임이 아닌 중임은 가능하지 않느냐는 질문이 뒤따른다. 하지만 지난 1987년 직선제 개헌 당시 대통령의 임기를 5년으로 정하면서 중임 또한 금지하는 규정을 뒀다. (헌법 70조 대통령의 임기는 5년으로 하며, 중임할 수 없다)

그렇다면 헌법의 중임 금지 조항을 변경하는 개헌을 하면 중임이든 연임이든 가능해지지 않을까, 궁금증이 꼬리를 문다. 이는 직선제 개헌 바로 직전 제5공화국 헌법에 해답이 있다. 신군부의 집권으로 대통령에 오른 전두환 대통령은 간접선출이나마 7년 단임제를 규정했다. 여기에 더해 장기집권 획책을 막기 위한 조항을 추가했는데 헌법을 개정하더라도 개정 당시의 대통령에게는 효력이 없도록 하는 규정이다.(헌법 128조2항 대통령의 임기연장 또는 중임변경을 위한 헌법개정은 그 헌법개정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하여는 효력이 없다)

예를 들어 대통령 연임이 가능하도록 개헌을 하더라도 현재 박 대통령의 연임이나 중임은 여전히 불가능하고 차기 대통령부터 효력이 적용된다. 만일 박 대통령이 한번 더 대통령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면 개헌을 주장해도 소용히 없는 셈이다.

극단적인 상황이지만 128조2항과 70조를 한꺼번에 고치면 어떨까.

이와 관련해 법조계 출신 한 국회의원이 저명한 헌법학자에게서 들은 일화를 들려줬다. 5공화국 말 차기 대권을 노리는 이들의 도전이 거세지고 민주화 바람까지 불어닥치자 당시 전두환 대통령도 7년 단임제가 못내 아쉬웠을 것이다.

개헌을 밀어붙인다 해도 128조2항 때문에 정권 연장이 불가능한 상황. 이 때 한 헌법학자가 전 대통령에게 아이디어를 줬다고 한다. 문제의 128조2항을 먼저 삭제한 후 연임을 허용하는 개헌을 하는 '중복 개헌'을 하면 된다고 말이다. 그러나 아무리 전 대통령이라도 도가 지나쳤다는 생각에선지 "그건 너무 심하다"며 제안을 뿌리쳤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들려준 국회의원은 "설사 중복개헌을 하더라도 그런 개헌을 한 대통령이 다시 국민의 선택을 받을 수 있겠느냐"고 되물으며 웃었다.

진영 새누리당 의원이 "국가의 통치권을 장악한 지배세력이 권력유지의 관점에서만 제도를 마련하게 되면 잘못 입은 옷이 된다"고 지적했듯 우리 국민들이 권력유지만을 위한 개헌을 결코 용인하지 않으리란 의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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