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의원의 탈당 이후 새정치민주연합 호남 국회의원들의 연쇄탈당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호남 의원들은 즉각적인 탈당을 하지 않고, 새정치연합 내에서 비상대책위원회 등을 문재인 지도부에 촉구하기로 했다.
14일 호남 지역 국회의원들은 오후 7시부터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한 음식점에서 회동을 가졌다. 이번 회동에는 김영록, 주승용, 이윤석, 강기정, 박혜자, 장병완, 유성엽, 임내현, 김승남, 김성주, 이춘석, 박민수, 황주홍, 강동원. 신정훈, 박지원 의원 등 광주·전남·전북의 야당 의원들이 참석했다.
2시간 가까이 이어진 회동 결과 호남 의원들은 즉각적인 탈당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김성곤 의원은 회동 이후 기자들과 만나 "한 두분을 제외하고는 탈당에 대해 대체로 신중한 입장"이라고 밝혔다. 복수의 회동 참석자들은 "탈당에 적극적이었던 유성엽 의원도 입장이 약간 변한 것처럼 보였다"고 언급했다.
문재인 대표에 반발해 최근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주승용 의원은 회동 직후 "탈당은 최후의 선택이다. 개별적 탈당은 안 했으면 좋겠다는 그런 얘기들이 있었다"며 "호남 의원들이 개별적으로 탈당하는 것은 당에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호남맹주' 박지원 의원도 같은 자리에 있었음을 미뤄볼 때 사실상 호남 의원들이 '안철수 탈당'에 이은 연쇄탈당을 하지 말자고 뜻을 모은 셈이다.
반면 호남 의원들은 문재인 대표의 태도 변화 역시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에 동의해, 향후 변수를 남겼다. 문 대표 만으로는 총선 승리가 불가능한 상황인 만큼 당 지도부에 변화를 줘야 한다는 의미다. 그동안 현재 지도부 체제로 총선을 치를 뜻을 피력해온 문 대표의 의지와 차이나는 부분이다.
호남 의원들의 대안은 문재인 대표의 사퇴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방식이다. 박지원 의원의 경우 "문 대표가 거취를 빨리 결단해야 한다"고 말했고, 일부 의원들은 "1~2월 안에는 문 대표가 사퇴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모임에 참석했던 한 의원은 "명분이 있게 사퇴하면 좋지 않겠냐가 대다수의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김성곤 의원은 "문재인 대표 얼굴로만은 총선에 승리하기 어렵다는 호남 민심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된다"며 "호남의 민심을 달랠 수 있는, 안을 수 있는, 그런 대안을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보여줘야 된다. 그렇게 될 경우에는 호남에서 이탈하는 의원들도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승용 의원은 문 대표가 안철수 의원의 혁신전당대회를 거부하며 야권의 통합전당대회는 가능하다고 밝힌 것을 거론하며 "통합전대의 우선 순위가 천정배 의원에서 안철수 의원으로 옮겨왔다. 다시 안철수 의원과 통합해야 한다. 총선전에 반드시 통합전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문 대표의 명분도 살리고, 호남 민심도 반영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 셈이다.
주 의원은 "중앙위원회에서 결의문으로 '앞으로 잘해보겠다'고 하는 게 국민에게 감동이 되겠나"라고 안철수 의원 탈당 후 당의 대응을 비판하며 "호남 의원들은 당이 여기까지 온 것에 대해 문 대표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얘기를 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호남 의원들과 함께 '연쇄탈당'의 열쇠를 쥐고 있는 김한길 의원의 탈당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대해 "안 나갈 것"이라고 답해 눈길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