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2명중 1명은 '빈곤'…조삼모사 기초연금 바꾼다
4·13 총선에서 여소야대 국회가 만들어지면서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주요 공약으로 내건 기초노령연금 인상안이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1000만표가 걸린 60세 이상 노인층의 영향력을 감안하면 야3당은 물론 정부·여당도 지금까지보다는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기초연금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노인빈곤 해소를 위해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내면서 도입된 제도다. 하지만 재원 문제가 불거지자 소득하위 70% 노인에게만 국민연금 가입기간과 기초생활수급 여부 등에 따라 차등지급하는 방식으로 수정되면서 제도 도입의 취지를 살리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치권의 해법은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기초생활수급 여부나 국민연금 가입기간에 상관없이 기초연금 20만원을 균등지급하는 방안과 기초연금 지급액 자체를 인상하는 방안이다.
기초연금 균등지급 방안에 대해서는 야3당이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행 제도로는 기초연금의 혜택이 가장 필요한 기초생활수급 대상 노인들이 사실상 혜택을 누릴 수 없다는 점에서다. 현행 국민기초생활보장 제도에 따라 지급되는 생계급여는 개인별 소득인정액을 뺀 금액만큼 지급되기 때문에 기초생활수급 대상 노인들은 기초연금으로 받는 금액만큼 생계급여를 덜 받는다. 기초연금이 '줬다 뺏는 연금'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게 이 때문이다.
더민주는 19대 국회에서 관련 개정안도 냈다. 양승조 의원과 이목희 정책위의장이 2014년과 지난해 각각 기초연금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두 개정안은 국회 보건복지위 법안심사소위에서 한차례씩 심사됐지만 정부·여당의 반대로 계류된 상태다.
기초연금 인상안은 더민주와 정의당의 대표 공약이다. 더민주는 2018년까지 기초연금을 월 30만원으로 올리는 방안을 4·13 총선의 1호 공약으로 내세웠다. 지급대상은 현행과 같은 소득하위 70% 노인층이다. 정의당은 모든 노인에게 즉각 월 20만원을 지급하되 장기적으로 지급액을 월 30만원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따르면 국내 노인빈곤율은 2012년 기준 49.6%로 가장 높은 수준이다. 고령화 속도가 더 빠른 일본(19.4%)의 2배가 넘는다. OECD 평균은 12.6%에 그친다. 포퓰리즘이라는 일각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기초연금 관련 정책을 마냥 무시하기 힘든 이유가 여기 있다.
문제는 역시 재원이다. 더민주에 따르면 2018년 기준으로 기초연금을 30만원으로 올리기 위해 현재보다 6조4000억원이 더 필요하다. 기초생활수급과 겹쳐 감액되는 기초연금액을 보장하기 위한 예산도 35만명을 추가 지급한다고 할 때 연간 7000억원 이상 더 들어간다.
기초연금제도를 도입한 새누리당이 현행 제도 유지에 무게를 두는 것도 이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연금 강화보다 노인 일자리 확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더민주는 부자증세로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총선 당시 이용섭 더민주 총선공약단장은 "복지전달 체계 개혁과 부자감세로 낮아진 법인세 인상을 통해 예산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더민주 주도한 기초연금 '2라운드'…20만원->30만원 오를까
"65세 이상 노인 모두에게 월 20만원을 지급하겠다."
지난 2012년 18대 대통령선거에서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내놨던 대표 공약 '기초연금'제도의 주요 내용이다. 노인복지 정책인 기초연금은 당시 노년층의 표심을 자극했다.
그러나 대선 이후 기초연금 실현방안을 모색하던 박 대통령 인수위는 난관에 부딪혔다. 모든 노인에게 20만원을 지급할 경우 2014~2017년까지 60조3000억원이 들어가고 2060년이 되면 한해에만 387조4000억원이 소요된다는 감당하기 어려운 재정추계 결과가 나와서다.
결국 정부는 엄청난 비판을 무릅쓰고 소득하위 70%노인들에게 국민연금 가입기간과 연계해 10~20만원을 지급하는 방향으로 기초연금 설계를 다시 할 수밖에 없었다.
◇기초연금 다시 끄집어낸 더민주= 이 기초연금은 4년이 지난 2016년 20대 국회의원선거에선 야당의 공약 첨병이 됐다.
이번 총선 결과로 제1당으로 도약한 더불어민주당이 선거 기간 동안 내건 대표 공약 중 하나가 '2018년까지 소득하위 70% 노인들에게 기초연금 30만원을 차등 없이 지급 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지역 후보들은 이 같은 문구가 담긴 플래카드를 전국에 내걸어 홍보했고, 2012년 대선에서 여당이 그랬듯 2016년 더민주 총선 승리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초연금 현행 유지를 주장하는 새누리당과 국민연금 수급자 및 기초생활보장수급자에 대한 감액 폐지 정도의 공약을 발표한 국민의당과 비교해 파격적인 내용이다.
◇기초연금 30만원 "인기 영합주의" 비판= 그러나 기초연금 30만원 공약을 내건 더민주도 결국은 박근혜정부와 마찬가지로 재원마련이라는 벽에 부딪힐 수밖에 없어 보인다.
더민주는 2018년 기준으로 6조4000억원이면 기초연금을 30만원까지 올릴 수 있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2018년 14.3%인 노인인구 비율은 2060년이 되면 전체 인구의 40% 정도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상황에서 순수 세금으로 지급해야 할 기초연금 인상은 향후 감당하기 어려운 재앙으로 작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65세이상 노인인구를 650만명 정도로 보는데, 2060년이 되면 전체 인구의 40%까지 증가해 기초연금 비용이 오르게 돼있는데, 30만원으로 오르면 기하급수적으로 늘 거다. 복지 재원을 노인에게만 쓸 수도 없지 않느냐"며 "더민주의 기초연금 공약은 거의 정치적 레토릭(수사)이다. 인기 영합주의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초수급대상자 감액 폐지안이 더 현실적"= 이에 따라 국회를 중심으로 더민주의 기초연금 30만원 인상안보다는 수급액이 줄 것을 우려해 기초연금을 신청하지 않는 기초생활보장수급 대상자 노인들에게 20만원 전액을 보장하는 국민의당 공약이 더 현실적이라는 의견이 일고 있다.
실제로 이달 초 국회예산정책처가 공개한 '기초연금제도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기초수급 대상인 빈곤층일수록 기초연금 수급액이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기초수급자 및 차상위계층인 노인소득 1~3분위 중 사정이 조금 나은 3분위 노인들은 평균 17만6419원의 기초연금을 받고 있었지만 더 가난한 2분위는 16만9049원, 가장 빈곤층인 1분위는 12만2866원 등 더 적게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초수급 대상에서 제외될 것을 우려해 소득 기준에 포함되는 기초연금을 굳이 신청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회 보건복지위 한 관계자는 "기초연금 30만원 공약을 현 정부에서 시도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더민주도 모르지는 않을 것"이라며 "대부분의 정당들에 공감대가 형성된 기초수급대상자 감액 폐지안을 우선 내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더민주 관계자는 "더민주 공약도 당장은 소득하위 70% 노인들에게 20만원을 균등지급하는 내용이라 국민의당과 다를 것이 없다. 이에 대해서는 야당 간 논의가 바로 가능하다"며 "재정 추계가 늘어 현실 가능성이 없다는 비판은 단순 비교라 받아들이기 어렵다. 2018년까지 30만원 인상에 6조4000억원이 든다고 했는데, 우리나라 경제 규모를 고려하면 시행 못할 수준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巨野 국민연금 공공투자 추진…"내 노후자금 안전할까"
"10년간 매년 10조원씩 들여 공공임대주택 87만호를 만들고 시세의 80% 가격에 공급하겠다"
"국민연금을 활용해 만35세 이하 청년·신혼부부를 위한 청년희망공공임대주택을 건설, 정책금리 수준의 값싼 임대료로 공급하겠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내놓은 국민연금기금 공공투자 관련 공약들이다. 국민연금 공공투자는 과거 수 차례 시도됐지만 기금의 안정성과 수익률을 우려하는 반대에 부딪혀 번번이 좌절된 바 있다. 여소야대 국면을 맞이한 더민주·국민의당은 반대를 어떻게 극복해 내고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공약을 실현할지 여부에 관심이 모인다.
◇더민주, 국민연금은 재원만…운용은 정부·지자체가
더민주가 내놓은 국민연금 공공투자 공약은 국민연금이 국채나 지방채를 매입하고, 이 재원을 바탕으로 서울시SH 공사 등 각 지자체 소속 공공기관이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주택임대 사업에서 자칫 손실이 나더라도 정부나 지자체가 안게 된다. 국민연금은 직접 주택을 짓거나 부동산 사업을 하지 않고 수익이 보장된 채권에 투자만 하는 셈이다. 기금 안정성에 대한 우려는 불식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문제는 이같은 방안을 실현하려고 해도 국채 발행 권한은 정부에, 국민연금의 매입 결정 권한은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 있다는 점이다. 정작 정책을 내놓은 더민주는 공약을 실현하기 위한 마땅한 방안이 없다.
더민주 관계자는 "이번 총선에서 의제화 하긴 했지만 사실 대선에서 국민의 뜻을 묻는 대선공약의 성격이 강하다"며 "입법을 통해 추진한다기보다는 우리가 정권을 교체해 정부 정책 기조하는 것이 맞는 정책이다"라고 말했다.
◇국민의당, '포트폴리오 다변화' 위해 국민연금이 직접 운용
국민의당은 500조원에 달하는 국민연금이 포트폴리오(분산 투자) 다변화 측면에서 '저위험 저수익' 투자의 일환으로 임대주택 사업을 직접 운용할 수 있는 길을 열겠다는 방침이다.
이태흥 국민의당 정책국장은 "현행 공공주택법상 국민연금은 공공임대주택 사업을 못하도록 돼 있는데, 법 개정을 통해 국민연금 같은 연기금도 임대주택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정책국장은 "국민연금이 직접 부지도 매입하고 건물도 지어 자기들이 직접 사업도 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저위험 저수익으로 안정적인 수입을 뽑아낼 수 있도록 해 고위험 고수익 사업과 전체적 수익 운용율을 맞출 수 있도록 하는 구상"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계획에 따르면 기금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고, 국민연금이 실제로 사업에 참여할지 여부가 불분명하다는 문제점이 있다. 수익률 유지가 과제가 되면 공공임대주택이 낮은 가격에 공급될 수 있을지 여부도 불분명하다.
국민의당은 수익 하한선을 정해두고 그에 미치지 못할 경우 정부가 보전해주는 등 최저 수익율을 보장하는 등 유인책을 통해 국민연금의 사업 참여를 이끌어 낸다는 계획이다
이 정책국장은 "국민연금이 이미 520조원 규모를 넘어서며 주식이나 채권을 통한 투자가 한계에 달했고 적당한 투자처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국민연금이 투자 다변화를 넓힌다는 측면에서는 사업 참여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