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등이 뭘 좀 해 보려고 하는데 대기업 지정이 돼서 이것도 못하고 저것도 못하고 이렇게 되면 누가 더 크려고 하겠는가. 그런 차원에서 대기업 지정제도는 반드시 시대에 맞게 바뀌어야 된다는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박근혜 대통령, 4월26일 중앙언론사 편집·보도국장 오찬간담회)
지난달 9일 공정거래위원회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을 현행 5조원에서 10조원으로 상향하겠다고 밝힐 때 들었던 이유는 국내총생산(GDP), 대기업집단 자산합계, 대기업집단 자산평균 변화 등이다.
공정위는 매년 4월 자산총액이 5조원 이상 되는 대기업을 대기업집단에 선정하는데, 여기에 지정되면 상호신규출자가 금지되고 지주회사 설립이 제한되는 등 지배구조 관련 규제가 강화된다. 채무보증 제한, 내부거래 공시 등 영업활동에도 제약이 가해진다. 공정위는 이같은 총수일가 사익편취 금지, 공시의무 등 규제는 그대로 자산총액 5조원 이상 기업에 차등적용하기로 했다. 나라경제와 산업 규모가 커진 것은 반영하면서도 '경제민주화' 관련 규제는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취지다.
기준 상향조정에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당초 대기업집단 지정 제도를 시행한 취지에 어긋난다는 점을 들고 있다. 본디 재벌대기업의 과도한 확장을 억제하고 경영투명성을 확보하고 중소기업과 상생하도록 하기 위해 대기업집단을 '특별관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불투명한 소유지배구조나 일감몰아주기 등에 대한 더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공정위가 제대로 된 의견수렴 과정없이 기준 상향을 발표했다는 비판을 받는 것도 이에 대한 논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금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대기업집단에서 빠지는 기업들은 각종 조세특례 적용대상인 중소·중견기업으로 분류된다. 연구개발(R&D) 세액공제 등의 경우 기존 기업이 받던 혜택이 줄어들 것이란 우려다.
특히 김관영 국민의당 의원은 지난 6일 본회의 자유발언을 통해 "최대 500억까지 세금을 공제하는 가업상속공제 제도 적용대상에 (5조원 자산 규모 기업이) 갑자기 포함된다"며 "엄청난 세금을 면제할 가능성이 생기는 것인데도 정부는 이 효과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같은당 김경진 의원 역시 "가업상속세 감면에서 제외되던 25개 민간기업집단, 552개 기업이 가업상속공제제도 적용기업에 포함돼 대기업 오너가의 기업상속에 고삐가 풀리게 된다"고 기준 상향 결정을 비판했다.
기존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대기업집단에서 빠져 'U턴'한 중소중견기업이 늘어날 경우 사업영역을 빼앗길 수도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달 15일 중소기업 CEO 30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68.6%가 기준상향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71.2%는 현행 지정기준이 적정하다는 입장이다.
카카오의 경우 택시·대리운전 외에 미용실 예약, 가사도우미 예약 등으로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하림 역시 계란유통 등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주력분야로 진출하고 있다. 기존 중소 영세업체가 경쟁에서 도태될 경우 골목상권이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우원식 의원은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유통산업발전법 등에 따라 하림, 코오롱 등의 SSM(기업형슈퍼마켓) 진출을 막을 규제장치가 사라지게 됐다"며 하림, 코오롱 등을 거론했다. 자회사를 통해 우회적으로 골목상권에 대거 진출하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다는 설명이다.
반면 공정위는 대기업집단에서 제외돼 중소기업으로 분류되는 곳은 61곳에 불과해 기존 중소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고있다. 세금 문제에 대해서도 일부 공제율이 올라가긴 하지만 지주회사 자산요건이 변경됨에 따라 배당금 관련 세금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을 고려하면 영향이 거의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대기업집단에서 빠진 기업들도 이같은 논란을 의식해 지난 8일 골목상권 상생 관련 간담회를 개최, SSM진출 자제 및 현행수준 규제 자율준수 등을 결의했다. 현행 동반성장을 위해 마련된 적합업종 제도 등 자율적 대·중소기업 상생 활동 및 중소기업과의 협력 확대도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