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우병우' 핵심 증인 없는 국조, 이대로 괜찮나
국민적인 관심 속에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가 시작됐지만 주요 증인들이 불출석 하면서 '맹탕 국조'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지난 30일 첫 기관보고에서 김수남 검찰총장이 불출석 한데 이어 5일 청와대 등 기관보고에서도 최재경 민정수석과 박흥렬 경호실장, 유국현 경호본부장 등 청와대 관계자들이 업무 등을 사유로 대거 출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핵심 증인들이 채택돼 이번 국조의 승부처로 불리는 7일 청문회에도 최순실, 우병우 전 민정수석 등 주요 인사들의 불참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국회 증인불출석시 처벌 규정을 정비하는 등 증인 관련 제도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핵심 증인 없는 국정조사-국정감사 '맹탕' =5일 국회 등에 따르면 국회가 국정감사, 국정조사 등에 증인을 출석시켜 증언을 청취하는 것은 입법의 기초자료를 수집하고 국정을 견제하고 통제할 수 있는 근간이 되는 권한이다. 핵심 증인이 출석하지 않을 경우 이같은 국회의 본질적 기능이 위축되고, 청와대와 행정부의 독주도 막기 어려워진다. 증인 불출석 문제는 국감이나 국조 때마다 되풀이 되고 있다. ‘국회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이하 증감법)’에 따르면 정당한 이유없이 불출석하거나 출석 후 선서 증언을 거부한 증인은 증인은 3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또 국감이나 국조의 경우 증인이 정당한 이유없이 출석하지 않을 경우 해당 증인에 대해 동행명령을 의결할 수 있고, 이에 응하지 않을 시 국회 모욕죄에 해당돼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진다.
하지만 처벌을 감수하고 불출석 할 경우에는 방법이 없다. 여야의 증인 협상 과정에서 힘있는 증인들은 미리 빠지기 일쑤고, 그나마 채택된 증인들 마저 나오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난 9월 국회 기획재정위와 정무위가 연석으로 개최한 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 연석청문소위원회에서 야권은 최경환 전 부총리·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홍기택 전 회장 등에 대한 증인 채택을 추진했으나, 홍 전 회장만 증인으로 채택됐고 그나마도 불참했다. 비선실세 최순실 농단 사건과 관련해 직무유기 혐의 등을 받고 우병우 전 민정수석도 올해 청와대 대상 국감 때 끝내 증인으로 불참해 검찰에 고발됐다.
대기업 총수들도 국감 등에 불참해 처벌 받은 사례가 적잖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지난 2012년 국정감사에 출석하지 않아 벌금형을 선고 받았고,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도 국감 불참으로 벌금형을 받은 적이 있다.
◇임의동행으론 한계, 제한적 강제구인 등 대안 거론=증인 불출석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현행 임의동행방식의 동행명령제도 외에 불출석 증인에 대한 강제구인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1988년 동행명령제도 신설 당시에도 구인제도를 포함하는 증감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가결됐지만 피의자가 아닌 증인의 출석을 강제하는 것이 사법권 독립에 부정정인 영향을 미칠 우려 등으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된 바 있다. 절충안으로 일반 안건과는 달리 국정조사에 한해 강제구인권을 행사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 이번 ‘최순실 게이트’와 같은 국민적 관심 속에 진행되는 국정조사에 한해 제한적으로 행사하게 하는 방식이다.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프랑스 의회와 독일 의회도 일반적 심의와 관련해서는 증인 등에 대한 강제력 행사를 할 수 없지만 특정 안건에 대한 조사위원회는 증인의 강제소환 등 강제력을 행사할 수 있다.
벌금 인상 등 처벌 규정을 정비할 필요성도 거론된다. 불출석시 대부분 징역형이 아닌 벌금형이 선고되고 있어, 벌금 상한을 현행 1000만원에서 더 높이면 위반자들이 느끼는 부담도 더 커질 수 있다는 논리다. 지난 19대 국회 때는 벌금을 해당자의 소득 및 재산 수준 등에 따라 차등 적용하는 일수벌금제도를 도입하는 증감법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대기업 총수들에게 벌금 ‘1000만원 이하’는 별다른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동행명령권을 거부할 경우 적용되는 증감법 제13조 국회모욕죄의 법정형에 벌금형을 추가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현재는 징역형만 규정돼 있는데 이는 국회가 강력한 처벌의지를 표시하는 의미는 있지만 검찰의 기소 및 법원의 유죄선고를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벌금형을 추가해 동행명령위반에 대한 고발 및 기소가능성을 높이고 죄의 경중에 상응하는 처벌을 하자는 것이다.
증인불출석에 대한 고발 요건 완화 필요성도 나온다. 불출석 및 동행명령거부의 처벌을 위해서는 청문회의 경우를 제외하면 위원회 또는 재적위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 찬성이 요구되는데 이 기준을 낮춰 고발과 형사 제재의 실효성을 높이자는 주장이다.
국회에도 증인 불출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증감법 개정안들이 꾸준히 발의되고 있지만 우선 순위에 밀려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거나 증인 채택 남발 문제와 맞물려 결론을 내지 못했다.
국회 관계자는 “국정조사와 관련한 강제구인 등 증인 채택 규정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면서도 “국정조사 사안과의 관련성이나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 증인 소환이 남발되지 않도록 증인 선정과정에서 신중을 기하는 것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부실자료에 행정부 견제 한계" vs "무리한 자료요구로 악순환"
증인 불출석 문제와 함께 부실한 자료 제출 문제도 국회의 행정부 견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각종 사유를 들어 자료 제출을 하지 않거나 그나마 제출하는 자료도 ‘알맹이’가 없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자료 제출을 강제하고 처벌을 강화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거론되지만 국회의 자료 요구가 과도하다는 시각도 있어 효율적인 자료 제출 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5일 국회에 열린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2차 기관 보고에서도 어김없이 부실한 서류제출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국정조사 위원들은 진실 규명 등을 위해 청와대 경호실에 청와대와 대통령 관저 등에 대한 출입 기록을 요청했지만 보안 등을 이유로 거부됐다. 수사권을 갖고 있지 않은 국회 입장에서는 피감기관들이 제대로 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 실체적 진실을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국회 증언 감정에 관한 법률(이하 증감법)에서는 국가기관은 서류 제출과 관련해 군사 외교 대북 관계의 국가기밀에 관한 사항으로 그 발표로 인해 국가 안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 외에는 서류 제출을 거부할 수 없도록 돼 있다. 또 이 법 제2조에서는 ‘다른 법률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이에 응하여야 한다”고 규정해 다른 법률에 우선하는 것으로 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각종 이유를 들어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가장 흔한 것이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비공개대상정보), ‘개인정보보호법’ 제10조(처리정보의 이용 및 제공의 제한), 제11조(개인정보취급자의 의무), ‘금융실명거래법’ 제9조(다른 법률과의 관계), ‘외국환거래법’ 제22조(외국환거래의 비밀보장), ‘지방세법’ 제69조(비밀유지등) 등 다른 법률의 정보보호 규정을 들어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경우다.
행정기관 등에서 자료의 폐기 또는 부존재 등을 이유로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사례도 있다. 자료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중요한 부분을 빼고 제출을 한다든가, 자료가 있는데도 없다고 거짓 보고를 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국회의 과도한 자료요구가 악순환의 고리라는 주장도 있다. 무리한 자료요구가 행정부의 업무 부담을 유발해 서류를 부실하게 제출하거나 제출을 지연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개선 방안으로는 우선 개인정보보호 등에도 불구하고 자료 제출을 하도록 명확하게 법률을 손질하되 해당 목적 외에는 정보를 누설할 수 없도록 보안 의무를 함께 부여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보안이 중요한 자료의 경우 정부기관 등으로부터 서류를 직접 제출 받지 않고, 별도의 장소에 서류를 비치해 제한된 관계자에 한해 열람을 허용하는 제도도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행정부와 국회의 자료 관리를 체계화할 필요성도 거론된다. 매년 국회 등의 기관에서 필수적으로 요구하는 자료를 관리하는 시스템 및 매뉴얼을 마련하는 방식이다. 자료 제출 거부 뿐 아니라 거짓 자료 제출에 대해서도 처벌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해 거짓으로 보고하거나 서류 등을 제출한 경우 정당한 이유 없이 보고 또는 서류제출 요구를 거절하는 경우와 동일하게 처벌토록 하는 증감법 개정안을 지난 7월 발의했다. 정당한 이유없이 서류제출을 거부하면 현행 법에서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증인불출석에 맥빠진 '최순실 국조특위' 독일선 ‘강제구인’
‘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이하 국조특위)가 핵심 증인들의 잇단 불출석으로 파행을 빚자 이에 대한 처벌규정 강화와 강제구인제도 도입 등 제도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행법상(국회에서의 증언감정등에 관한 법률)의 처벌규정이나 동행명령권만으로는 증인 출석을 강제하는데 한계가 있고,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현행법에선 증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불출석할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돼 있지만 현실에선 대부분 무혐의·기소유예 처분을 받거나, 수백만원의 벌금 정도로 약식기소되는데 그친다.
국정감사나 국정조사위원회가 불출석 증인을 대상으로 내릴 수 있는 동행명령권도 마찬가지다. 증인의 자유의사에 따라 임의동행하는 방식으로 강제력이 없다. 증인이 동행명령을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할 경우 5년 이하 징역에 처할 수 있지만 제도 시행 이후 지금까지 실제로 징역형을 받은 사례는 전무하다.
우리나라에 비해 국회의 권한이 강한 미국, 유럽 등 해외에서는 증인 출석을 거부하는 행위를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일부 국가들은 필요성이 인정될 경우 증인을 강제구인하기도 한다.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는 독일이 대표적이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독일 의회는 특정안건에 대한 조사가 필요할 경우 증인 출석 등을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조사위원회를 구성한다. 이 조사위원회는 증인이 불출석할 경우 강제로 소환하는 강제구인권을 행사할 수 있다. 아울러 궐석으로 인해 초래된 비용을 전가시킬 수 있으며, 1만 유로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미국 의회도 증인 소환 및 불출석 시 처벌에 관한 강력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하원에서 출석 소환장을 받은 증인이 불출석할 경우 ‘의회모독죄’로 100달러 이상 1000달러 이하의 벌금 또는 1개월 이상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진다.
상원의 경우 소환장을 민사상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상원이 연방지방법원에 소환장 이행의무 확인 소송을 제기하면 법원이 출석 명령을 내리는 식이다. 법원의 출석 명령 판결 이후에도 증인이 불출석할 경우 '법정모독죄'가 적용된다.
일본 의회는 우리나라와 유사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중의원 혹은 참의원에서 출석을 요구한 증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불출석하거나 출석 후 진술하지 않은 경우 1년 이하의 금고 또는 10만엔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국회 한 관계자는 “증인 불출석에 대해 대부분 벌금형이 선고되는 만큼 벌금 상한을 높이거나, 국정조사에 한해 강제구인이 가능하게 하는 방법을 고려해볼 수 있다”며 “다만 이 경우 국정조사 사안과의 관련성이나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 증인 소환이 남발되지 않도록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