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과 공포.
북미대화가 여태 삐걱댄 핵심 고리다. 미국은 북한이 불안하다. 비핵화를 믿을 수 있을까. 반면 북한은 미국을 두려워한다. 핵을 놓아도 안전할까. 비핵화는 이제 '입구'다. 수십년 쌓인 골을 몇 걸음만에 뛰어넘지 못하는 것은 일견 자연스럽다. 문 대통령은 남북(4월27일), 한미(22일), 재차 남북(26일) 정상회담을 잇따라 가지며 이 골을 메우려 했다.
◇Why? CVID vs. CVIG= 북미 관계를 압축하면 CVID(완전한, 검증가능한, 불가역적 핵폐기)를 통한 비핵화와 북한 체제보장의 교환이다. 미국은 '원샷'을, 북한은 '스텝 바이 스텝'을 요구했다. CVID는 풀려가는 조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한꺼번에 이뤄진다는 것은 물리적인 여건으로 봤을 때 불가능할 수도 있다"고 여지를 뒀다.
'속전속결'하되 단계적으로 보상을 주고받는 방식에 대한 가능성을 열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미국의 체제보장 약속, CVID에 빗댄 표현으로 CVIG(Guarantee, 보장)를 믿을 수 있느냐는 북한의 불안감이다. 종전선언으로 정전 상태를 벗어나고 다시 평화체제로 이어가는 게 모범답안으로 통했다. 하지만 미국은 주저했다. 북한이 완전 비핵화를 하기 전 '종전'부터 선언해주면 사실상 핵보유국인 북한을 인정해주는 꼴이 된다고 봤다.
문 대통령의 적극 중재노력에 따라 그 해법으로 '경제'가 급부상했다. 평화의 끝은 경제일 것이란 당위론이 아니다. 북한의 불안과 미국의 의심이 오해 없이 만날 수 있게 하는 지점이 투자와 경제협력이다.
문 대통령은 27일 트럼프 대통령이 적극 제시하는 '당근'이 바로 대북 경제협력이라고 소개했다. 그 요체는 놀랍게도 한국 모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산업 측면에서 한국 모델을 제시한 바 있다. 22일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삼성, LG를 언급하고 "지금 한국을 보면 얼마나 세계에서 훌륭한 국가인지 다 알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은 아시다시피 지금까지 한국에 수조 달러의 지원을 해왔다"고 말했다.
◇How? 지원보다 투자= 트럼프 대통령 구상은 지원에 그치지 않는다. 미 정부는 미국민의 세금을 쓰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보다 대북 민간투자를 통한 북한 경제 붐업을 노린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은 "북한이 핵무기를 완전히 폐기한다면 미국은 민간투자를 허용할 계획"이라 밝힌 바 있다. 투자분야는 전력망부터, 철도도로 등 물류, 건설, 자원개발까지 무궁무진하다.
북한 또한 해외투자가 절실하다. 단 어느 한 나라에 전적으로 의존하기는 부담스럽다. 한·미·중 자본을 각각 25%씩 투자받는 분산형 모델이 일각에서 전망된다. 민간투자는 대북 국제제재 철회와 직결된다. 문 대통령의 멘토인 문정인 통일외교안보특보는 지난달 머니투데이 '키플랫폼'에서 "북한이 진정으로 원하는 건 트럼프타워를 평양 대동강변에 세우는 것 아니겠느냐"라며 "미국의 맥도날드, 코카콜라가 평양에 들어가는 것을 원할 것"이라 말했다.
북미간 접점 찾기 관련, 문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이 성공할 경우 남북미 3자 정상회담을 통해서 종전선언이 추진됐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종전선언은 북한의 체제불안을 낮춘다. 물론 북한이 확실한 비핵화 이행을 해내야 밟을 수 있는 단계다.
여기에 '중국'이 빠진 건 불씨를 남길 수 있다. 중국은 1953년 정전협정의 당사자이지만, 2018년 현재 총부리를 겨누고 직접 대치하는 당사자는 남북미이다. 한·미는 후자를 주목한다. 단 중국도 명백히 한반도 문제의 한 주체다. 문이 열려 있음을 알릴 필요가 있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지지한다며 "중국도 적극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