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오징어대선' 최후의 승자는…

이원광 기자
2021.11.01 05:04

[the300]

오징어 '대선'.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 나오는 자조적 목소리다. 최후의 1인이 되면 456억원의 천문학적 돈을 갖는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내용을 대선에 빗댄다. 비유의 핵심은 실패했을 경우다. 드라마 속 최후의 1인이 되지 못한 참가자들은 목숨을 잃는데 대선주자들 역시 단순한 패배 이상의 리스크(위험)를 짊어진다. 각자 지지 후보를 두고 사활을 건 여야 인사들도 이같은 상황에 쓴웃음으로 술잔을 들이킨다.

그러면서 검찰을 말한다. 검찰은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고발사주 의혹 수사에 착수한 지 오래다. 해당 의혹과 관련해 새 인물과 이슈가 제기될 때마다 국민은 여야 대선주자들을 번갈아 보지만 검찰은 그 물음에 답을 안 내놓는다. 검찰이 대선 판도를 보고 저울질에 들어갔다는 의심이 고개를 들고 오징어대선이라는 비유는 정치권을 파고든다. 논란을 부른 핵심 인사들의 구속 영장조차 발부되지 못하는데 정작 비판의 화살은 영장을 기각한 법원보다 검찰의 설익은 수사를 향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또다시 정치의 사법화(혹은 사법의 정치화)다. 오징어게임의 자발적 참가자들처럼 정치권도 오징어대선에 스스로 발을 담근다. 여야 모두 비대해진 검찰 권력에 비판적 인식을 가진 지 오래나 결정적 순간 '이기고 보자'는 식의 목숨 건 베팅에 눈먼다. 검찰이 선거를 좌지우지하는 반복되는 비극에 정치권은 일찌감치 검찰개혁을 추진했지만 그 취지와 효과를 기억하는 이는 드물다.

사실을 기반으로 한 검증과 논쟁은 실종되고 상대를 향한 무차별적 고소·고발전이 이뤄진다. 검찰의 내사 동향, 수사 개시, 수사 과정, 영장 청구 과정에서 누군가의 입맛대로 유출된 내용으로 상대방을 죽이려는 게임이 치열하게 펼쳐진다. 각 주자들이 비전과 정책을 두고 경쟁하는 공간은 사라지고 이들을 향한 검찰 수사 동향에 국민 이목을 집중시킨다.

대선을 4개월여 앞둔 정치권에서는 이번에도 검찰이 이겼다는 탄식이 나온다. 결국 피해는 국민 몫이다. 상대를 적이 아닌 경쟁자로 여기는 자세, 고소·고발전을 날카로운 논쟁이 대신하고 법의 심판이 아닌 국민의 심판이 이뤄지는 대선, 난망일까. 아직 오징어대선을 중간에 끝낼 기회는 남았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