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금융소비자보호가 제대로 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금융위원회를 비롯한 정부의 산업진흥 위주의 정책 때문이라고 '직격'했다.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해서는 업권별로 상품설계 단계부터 대대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소신도 밝혔다.
이 원장은 27일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감독체계개편 이슈가 불거진 이유가 금융당국의 금융소비자보호 소홀 때문이라는 지적에 대해서 "금융소비자보호가 소홀하게 된 구조적인 부분은, 최근까지 금융위를 비롯한 정부의 포지셔닝이 금융산업 진흥 정책 중심으로 운영됐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현 감독체계 하에서 금융위는 금융산업 정책과 감독정책을 담당하고 금감원은 감독집행을 담당해 왔다. 당초 감독체계개편 논의 과정에서는 금융위의 산업정책 기능을 신설하는 재정경제부에 이관하고 금감원은 소비자보호 부분을 분리해 별도 조직을 설립하는 안이 도출된 바 있으나 결국 백지화했다.
이 원장은 현 감독체계 하에서 그간 소비자보호가 잘 안 된 이유가 금융위 등 정부가 산업 진흥 정책 중심으로 운영했기 때문이라고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금융위의 산업정책과 금감원의 감독집행간의 갈등 및 충돌은 양 기관간의 오래된 숙제다. 여기에 더해 소비자보호 소홀 역시도 산업정책 때문이라는 논리를 이 원장이 편 것이다.
2021년 제정된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대해서도 이 원장은 한계와 문제점도 조목조목 지적했다.
이 원장은 "금소법 시스템도 2021년 3월 시행된 걸로 기억한다. 금소법 시스템마저도 과연 금융소비자 보호에 충실한지, 기본적인 의문이 있다"며 "판매행위 단계부터 소비자보호를 한다는 게 뭘 의미하는지, 근본적으로 상품설계부터 소비자 보호 관점에서 설계돼야 한다는 게 저의 소신이다"이라고 했다. "금소법 시스템 가지고는, 이 정도 가지고는 '알리바이' 밖에 만들수밖에 없다고 확신한다"고 꼬집었다.
현행 금소법은 판매행위 관련한 규율 위주이고 정작 그 전 단계인 상품설계 단계에선 제대로 된 규율이 없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 원장은 "상품설계가 2가지 형태다. 사전 신고와 사후 심사 인데 사전신고에서 형식적인 심사에 치우쳐 있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진정으로 금융소비자보호를 하고자 한다면 업권별로 상품설계 에서 소비자보호 관점에서 철학을 녹여야 한다"고 했다. 이어 "다만 금융산업 진흥과 어떻게 조화해야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전단계 설계부터 강력하게 강화하겠다는게 현재 감독당국 입장"이라고 재차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