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인상 줄이고, 배당 감세 늘리고…누더기된 세법에 흔들리는 세수

오문영 기자
2025.11.26 17:47

[the300]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박수영 기재위 조세소위 위원장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5.11.25. suncho21@newsis.com /사진=조성봉

'세수 기반 확충'을 목표로 이재명 정부가 추진 중인 세제 개편안이 국회 논의 과정에서 대폭 손질될 상황에 처했다. 여야가 법인세 인상 대상 축소를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교육·보험업에 대한 교육세를 인상하는 방안도 확정하지 못하면서 정부안에 깔린 증세 기조가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다. 배당소득 분리과세의 경우 정부안보다 감세 폭을 확대하는 안이 검토되고 있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여야 간사는 오는 27일부터 정부 세제 개편안을 두고 막판 협상을 벌인다. 지난 12일부터 7차례 기재위 조세소위원회 회의를 열고 정부안을 포함한 세법 개정안 500여건에 대해 진행한 1회독한 내용을 바탕으로 최종 조율에 나서는 것이다. 예산부수법안인 정부 세제개편안의 경우 국회법에 따라 매년 11월30일까지 심사를 마쳐야 한다.

윤석열 정부의 감세 기조를 되돌리겠다며 정부가 낸 법인세법 개정안부터 조정 가능성이 제기된다. 여야 일부 의원들은 조세소위원회에서 대기업에 적용되는 상위 과세표준 구간의 세율만 제한적으로 올리는 방안에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모든 과세표준 구간의 세율을 1%포인트(P)씩 일괄 인상하도록 한 정부안 대비 과세 대상을 좁히는 것이다.

문제는 상위 과세표준 구간의 세율만 올리면 세수 증가 효과가 당초 예상보다 절반가량 줄어든다는 점이다. 국회예산정책처(예정처)에 따르면 정부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2026년부터 2030년까지 법인세가 총 18조4820억원(정부 추계 17조4424억원)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상위 2개 구간만 1%P 상향하면 같은 기간 10조5623억원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5년간 총 8조원 가까이 세수가 깎이는 셈이다.

정부의 교육세 인상안에도 제동 걸린 상황이다. 여야는 조세소위원회에서 기술적 조정 사항에 대해선 합의했으나 세율 인상과 관련된 조항에 대해선 의원들이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며 여러 항목의 자료 제출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금융·보험업은 수익의 0.5%를 교육세로 납부하고 있는데 정부는 수익금액 1조원 이하에는 0.5%를 그대로 징수하고, 1조원 초과분에는 0.5%P 올린 1%를 받도록 하는 안을 냈다. 예정처는 이에 따른 세수 효과가 2026년부터 5년간 총 6조5666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여야는 정부의 배당소득 분리과세안에 대해서는 최고세율을 추가로 낮추고 시행 시기를 앞당기는 방향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조세소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 다수는 정부안(35%)보다 최고세율을 5~10%P 인하하자는 의견을 제시한 상태다. 시행 시기를 두고는 정부안보다 1년 빠른 2026년 결산 배당부터 적용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논의되고 있다.

증시 활성화 효과를 높이겠다는 취지지만 이 역시 세수 감소 우려가 제기된다.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연 2000만 원을 초과하는 배당소득에 대해 금융소득종합과세(최고세율 45%) 대신 별도로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제도로, 정부안대로 최고세율을 35%로 조정하면 연간 약 2000억원의 세수 감소가 발생할 것으로 기획재정부는 추산했다. 최고세율을 25%로 낮출 경우 세수 감소분은 연 4600억원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가 당초 세제 개편안을 통해 제시한 조세정책의 방향이 국회에서 흔들리며 향후 재정 건전성 관리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앞서 기재부는 지난 7월 세제 개편안을 발표하며 "세입 기반을 확충해 초혁신 기술 분야 투자를 확대하고 재정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이형일 1차관)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서는 정치권이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의식해 증세를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국회에서는 상속세 일괄·배우자 공제 한도 상향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당초 정부안에는 없던 내용이지만 제도를 물가 상승에 맞게 현실화해 중산층 부담을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면서 주요 논의 대상으로 부상했다. 예정처는 지난해 보고서에서 일괄공제 한도를 현재 5억원에서 8억원으로 상향하면 연평균 6169억원의 재정수입이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배우자 공제 확대에 따른 세수 감소는 산출이 불가능해 제외한 것으로 실제 감세 규모는 더 커진다.

다만 여당에서는 감세 논의에 신중해야 한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한 더불어민주당 중진 의원은 "배당소득 분리과세 외에 (상속세 등) 사안들은 좀 더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는 의견들이 있다"며 "정부가 확장 재정 기조를 밝히고 있는 상황에서 감세 논의가 과도해 보여서 좋을 게 없고 여당과 정부가 엇박자를 내는 인상을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