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인들을 만나 "금산분리라는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대규모 투자자금 조달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데 거의 다 된 것 같다"고 밝혔다. 또 기업들을 향해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남쪽 지방으로 눈길을 돌려 새로운 산업 생태계구축에 관심을 가져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K-반도체 육성전략 보고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민간에서는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 등, 정부에서는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등, 대통령실에서는 강훈식 비서실장, 김용범 정책실장, 하준경 경제성장수석, 하정우 AI(인공지능)미래기획수석 등이 참석했다. 산·학·연 관계자 등을 포함해 40여명이 자리했다.
이날 곽노정 사장은 "향후 상당 기간 동안 AI 메모리 수요가 지속 증가할 것 같다"며 "지금으로서는 선제적 생산능력 확보가 중요할 것 같다. 초대형 투자를 한 개 기업이 단독으로 하는 데 상당히 어려움이 있다. 투자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가 뒷받침되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지금 말씀하신 부분은 최태원 SK 회장이 저한테 말씀하셨다. 투자 자금에 관한 문제인데 일리가 있더라"라며 "우리가 금산분리라는 원칙을 갖고 (기업의) 자금 조달에 제한을 가하는 이유는 독점의 폐해를 막기 위함인데 이런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첨단 산업 분야는, 사실 그 문제는(독점의 문제는) 이미 지나가 버린 문제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게(금산분리가) 어쩌면 산업 발전에 저해되는 요소라서 저희가 이미 제도적으로 준비하고 있다"며 "금산분리라는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데 거의 다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0월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와 삼성전자·SK하이닉스 간 '메모리 반도체 협력 파트너십'의 투자 재원 마련을 위해 금산분리 완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금산분리 제도란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을 분리하는 것으로 대기업이 금융회사를 사금고화하고 편법 승계 등에 악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마련됐다. 혁신 투자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대기업 지주회사는 CVC(기업형 벤처캐피탈)를 소유할 수 있게 됐으나 지주회사의 100% 자회사 형태만 허용하는 등 규제가 있다. 또 산업자본이 펀드 운용 주체인 GP(위탁운용사)를 지배하는 경우 금산분리 규제 대상이 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정부의 의지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대한민국이 새롭게 도약해야 하는데 산업 경제 발전이 그 핵심이라 생각되고 그 중에서 반도체 분야가 경쟁력을 갖는 분야라 생각된다"며 "정부도 반도체 산업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게 될텐데 그 발전의 방향이나 구체적 내용이 어떤지 여러분의 의견을 들어볼 좋은 기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가지 부탁을 드린다면 저는 국가정책을 총괄하는 입장에서 전체 파이가 커지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그게 대전제"라며 "두 번째는 그 파이가 좀 더 다양하게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되면 좋겠다고 생각을 한다. 그게 장기적으로 보면 각 개별 기업의 성장과 발전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산업생태계라고 하는 게 제대로 구축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전후방 산업들도 그렇고 지금 주로 논의되는 소위 소부장, 소재·부품·장비 분야는 해외 의존도가 매우 높다는 이야기들이 있다. 생태계가 튼튼해야 지속적으로 성장 발전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 분야에 대한 관심도 함께 가져주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국토균형발전에 기업이 기여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균형발전을 위해, 좀 더 직설적으로 이야기하면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남쪽 지방으로 눈길을 돌려서 새로운 산업 생태계 구축에 관심을 가져주시길 부탁드린다"며 "기업의 입장에서 (균형발전에 기여해 주는 것이) 유용한 길이 될 수 있도록 저희도 세제라든지, 특히 규제 분야, 인프라 구축, 인력 공급을 위한 정주여건 확보 등 이런 점에서 저희가 체계적으로 나름대로 준비를 하는 중"이라고 했다.
아울러 "어쨌든 정부 정책은 아주 획기적인 방안을 도입하려 한다"며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내주시면 저희가 정책에 잘 반영하도록 하겠다. 기업도 살고 국민도 살고 나라도 살 수 있는 좋은 일들을 함께 모색해가면 좋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