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대북정책 협의 시동…이재명 정부 대북정책 주도권 다툼 '진행중'

조성준 기자
2025.12.16 16:47

[the300]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정연두(오른쪽) 외교부 외교전략정보본부장과 케빈 김 주한미국대사대리가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외교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조인트 팩트시트(Joint Fact Sheet) 후속협의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공동취재) 2025.12.16.

한미 간 대북정책 공조를 위한 정례회의가 공식적으로 시작됐다. 남북관계에서 돌파구를 찾기 어려운 가운데 미국과의 공조가 대북관여를 위한 사실상 유일한 방안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통일부는 이에 대해 주한미국대사관과 직접 소통하겠다고 밝히면서 대북정책 주도권 다툼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연두 외교부 외교전략본부장과 케빈 김 주한미국대사대리는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한미 정상회담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 후속 협의'를 개최했다. 한국 측에선 통일부가 불참한 가운데 외교부·국방부 당국자들이 자리했고, 미국 측에선 주한미국대사관·국무부·전쟁부(국방부)·주한미군 당국자들이 참석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이날 회의에서는 팩트시트상 한반도 관련 제반 현안이 포괄적으로 논의됐다. 구체적으로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안정에 대한 의지 재확인 △2018년 싱가포르 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협력 △대북정책 관련 긴밀한 공조 △북한의 대화 복귀 및 "WMD(대량살상무기)·탄도미사일 프로그램" 포기 등 국제적 의무 준수 촉구 등이 논의됐다.

박일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한미는 향후 한반도 정책을 추진해 나가는 데 있어서 긴밀한 공조가 중요하다는 데 공감했고 앞으로도 각급에서 소통을 강화할 것"이라며 "긴밀한 논의는 앞으로도 해 나갈 것이기 때문에 관련 회의가 앞으로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회의를 시작으로 외교부 주도의 한미 간 대북정책 공조가 이어질 전망이다. 현재 남북관계가 개선될 기미 없이 고착된 상황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과의 회담을 원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기조를 정책적으로 뒷받침해 '선 북미회담, 후 남북대화'의 기회를 모색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국가 외교안보 전략이라는 큰 틀 하에서 북한과의 정책을 추진해야 하는 것"이라며 "북한이 한국에 등을 돌리고 말을 섞지 말고 살자고 하는 상황에서 북미 관계가 개선돼야 남북관계의 개선 여지도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15일 오전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열린 남북관계발전위원회 민간위원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5.12.15/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논란이 된 회의 명칭은 '팩트시트 후속 협의'로 정해졌다. 이는 이번 협의가 '워킹그룹' 형태의 협의체로 운영되는 데 대해 통일부가 지속적으로 반발해 온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통일부는 이날 회의에 참석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주한미국대사관과 대북정책 관련 소통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취재진과 만나 "(대북정책과 관련해) 수시로 주한미국대사관과 소통하고 있으며 여건이 마련되면 필요한 부분은 국무부와 협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부의 회의 불참 배경에는 2018년 창설된 '한미 워킹그룹'의 재현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통일부 당국자는 "워킹그룹에 대해서는 평가가 갈린다"며 "한미가 긴밀하게 소통하는 창구라는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그런 측면이 과해져 남북 교류협력의 속도를 내지 못하게 한 장치로 작용한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한미 워킹그룹은 북미 비핵화 협상과 남북 교류협력이 동시에 진행되도록 필요한 사안을 논의하기 위한 별도의 협의체로 외교부와 미 국무부를 중심으로 유관 부처가 참여했다. 그러나 당시 미국은 비핵화 협상 속도에 비해 남북 교류협력 사업이 빠르다는 이유로 워킹그룹을 통해 교류협력 사업의 속도를 늦추라고 압박한 바 있다.

앞서 임동원·정세현·이재정·조명균 전 통일부 장관 등은 지난 15일 성명문을 통해 "(한미 간 대북정책 공조가) 워킹그룹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통일부가 이 같은 전직 장관들의 비판에 공감하는 취지를 드러낸 만큼 정동영 통일부 장관도 유사한 입장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러한 통일부의 인식은 현실성이 떨어지며 남북관계의 물꼬를 트기 위해서는 미국과의 공조가 필수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 교수는 "국가 외교안보 전략은 큰 틀 하에서 대북정책을 추진해야 하는데 북한이 문을 닫아놓은 상태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제재 해제를 언급할 때 나서도 늦지 않다고 본다"며 "조금 더 유연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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