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군사령부가 여당이 추진 중인 DMZ(비무장지대)법에 대해 '정전협정을 위반하는 사안'이라며 사실상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시행될 경우 "중대한 결과(siginificant consequence)를 초래할 수 있다"고도 언급했다.
유엔사 관계자는 28일 오후 서울 용산기지 드래곤힐로지 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국 정부가 DMZ에 대한 관할권(jurisdiction)을 가져오게 된다면 정전협정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이라며 "유엔군사령관 허가 없이 비무장지대 내부로 민간인을 출입시키면 정전협정 위반"이라고 말했다.
DMZ는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 체결에 따라 구축된 남북 완충지대다. 유엔사는 협정문을 근거로 DMZ 일대를 통제하고 있다. 반면 여당은 통일부 허가 만으로 비군사적 목적의 DMZ 출입을 허용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정전협정 서문에 나온 "규정의 의도는 순수한 군사적 성질"이라는 문구를 기반으로 비군사적 목적의 민간 출입은 유엔사 허락 없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유엔사 측은 여당 측이 근거로 삼은 정전협정 서문이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보고 있다. 유엔사 다른 관계자는 "서문은 문장 자체로 효력이 있는 것이 아니라 정전협정의 목적을 설명하기 위해서 작성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전협정은 유엔군사령관이 민사행정까지 책임을 진다는 내용을 명확히 명시한다"며 "유엔사의 디엠지 관할권을 70년 넘게 대한민국 정부 측에서도 인정하고 준수해 왔다"라고 부연했다.
이 관계자는 DMZ법에 대해 "정전협정과 공존할 수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유엔사에 따르면 유엔군 사령관은 DMZ내의 군인은 물론, 민간인의 출입 통제권도 갖고 있다. 이를 통해 DMZ 내 활동으로 전쟁이 재발하지 않도록 최종 책임을 진다.
DMZ법이 통과되면 통제권은 사라지고 책임만 남는 만큼 유엔사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DMZ법은 누가 어떤 목적으로 출입할 수 있는지 결정하는 유엔사령관의 권한을 모두 부정하는데 그 활동에 대한 책임은 사령관에게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이 통과되면 법리적으로, 합리적으로 해석했을 때 한국 정부가 정전협정 대상이 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이는 한국 정부와 유엔사 뿐만이 아니라 다른 이해관계자에게 중대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른 관계자도 "DMZ 내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해 전쟁이 다시 발발하면 그 책임은 대한민국 대통령이 아니라 유엔군 사령관이 진다"고 말했다.
유엔사 측은 DMZ 출입 통제가 한국의 주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국 정부가 DMZ에 대한 관할권을 스스로 넘겼다는 것이다. 유엔사 관계자는 "DMZ 남측 지역이 대한민국의 주권적 영토라는 점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며 "정전협정은 DMZ 남측 관할권을 유엔사에 부여하고 있고 1953년 한국 정부가 정전협정 적용을 받기로 주권적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유엔사가 임의적으로 출입을 통제한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특히, 지난해 말 김현종 국가안보실 1차장의 백마고지 유해 발굴 현장 방문을 불허한 데 대해선 순전히 안전 문제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유엔사 관계자는 "당시 한국군 간부가 DMZ 내 폭발로 부상을 입었고 많은 불발탄이 발견된 시점"이라며 "안전상의 이유로 다른 곳을 방문할 것을 제안했고 (김 차장이) 2주 후에 GP를 다녀갔다"고 밝혔다.
유엔사 측은 정부와 국회가 별다른 소통 없이 DMZ법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저희 측에 전달된 바가 없었다"며 "사전 협의가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고 했다. 특히 "정전협정 상의 책임을 저해하려는 시도는 도움(unhealthy)이 되지 않는다"며 "정전협정은 62항에 따라 정치적 수준에서 평화적 해결을 위한 합의로 (협정이) 교체되기 전까지 효력을 갖는다"고 재차 언급했다. 그러면서 "DMZ 내부 활동이 있는 경우 평화적 협정이 체결되지 않음에 따라 정전협정 준수를 해야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