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상품에 대한 관세 재인상을 예고한 데 대해 조현 외교부 장관이 국회 비준 미동의·온라인플랫폼법·쿠팡 사태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조 장관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 현안질의에서 "한미 조인트 팩트시트(공동설명자료)에 대한 국회의 비준 동의가 없어서 이번에 저런 입장을 밝힌 것은 분명히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우리가 입장을 바꾸지도 않았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정부와 이 문제를 원만하게 처리하겠다고 오늘 메시지를 냈을 리 없지 않느냐"며 "저희는 기본적인 입장으로 의연하게 미국에 잘 대처해 나가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유연한 대응이 필요하고 더 나아가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며 "청와대를 중심으로 여러 부처가 긴밀하게 협의해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을 통해 한국의 입법부가 한미 간 합의를 지키지 않고 있다며 상호관세를 25%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27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아이오와 일정을 위해 출발하기 전 취재진으로부터 '한국 관세를 올릴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 "한국과 함께 해결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해 여지를 남겼다.
조 장관은 온라인플랫폼법(온플법)과 쿠팡 사태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재인상 예고와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조 장관은 관련 질의에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 메시지가 나온 뒤에 국무부와 접촉한 바로는 쿠팡이나 온플법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것으로 저희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 측이 우려를 제기한 온플법과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 선언에 영향을 줬다는 보도에 대해선 "지나친 추측 보도"라고 일축했다.
이번 사태를 놓고 여야는 국회의 비준 동의 필요성에 대한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외통위원인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정부는 대미 투자와 관련된 법안만 발의되면 관세가 인하된다는 것까지가 국민에 알려진 사실"이라며 "(대미 투자에 관해) 전체적으로 비준 동의를 받으라고 했는데 정부·여당이 반대했다"고 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복구를 선언하며) 왜 한국 입법부가 이걸 승인(approve)을 안 했느냐는 표현을 썼다"며 "왜 비준 동의를 안 했느냐는 취지로 읽힌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조 장관은 안타까운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의원들의 질의에) 제 능력의 한계를 절감하게 됐다"며 "지난번 외통위에서 (한미 관세협상 내용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MOU(양해각서)로서 (비준이) 필요 없다는 것을 설명했는데, (야당 의원들이) 이렇게 말씀하시니 좌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트럼프의 특수성을 부인하는 분은 없을 것"이라며 "전례를 보기 힘든 미국 대통령의 변주곡에 대응하기 위해 외교부, 정부의 스킬만 필요한 게 아니라 여야가 깊은 고민을 통해 지혜를 발휘할 때"라고 했다.
이 의원은 "아는 것을 서로 인정하고 그 안에서 국회가 해야 할 역할을 진지하게 찾아봤으면 좋겠다"며 "(미국과의 합의는) MOU라는 형식을 택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빨리 법안을 심사하는 게 최선"이라고 했다.
한정애 민주당 의원은 "제가 파악한 바로는 여러 법안이 함께 제출돼서 또 협의 절차를 거치고 논의하고 있다"며 "국회는 국회의 일정대로 (법안 처리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에서도 명확하게 미국 측에다가 설명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