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 외교부 장관은 2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국 관세 재인상 예고에 대해 "합의 파기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미국 측에 우리 입장을 잘 설명해나가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 장관은 이날 서울 종로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재인상 예고를 합의 파기로 봐야 하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조 장관은 "미국 측과 잘 소통하면서 이 문제가 한미 간에 불필요한 사태로 이어지지 않도록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 과정은 재협상이 아니라 한미 조인트 팩트시트(공동설명자료)의 충실한 이행을 협의해 나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6일(현지시간) SNS(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한국의 입법부가 한미 간 합의를 지키지 않고 있다며 상호관세를 25%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다음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 관세를 올릴 것이냐'는 질문에 "한국과 함께 해결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해 협상의 여지를 남겼다.
조 장관은 사전징후를 포착했느냐는 질문에 "변화된 미국의 의사결정 구조, 발표 시스템이 우리가 잡아낼 수준의 것은 아니었다"라고 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소셜미디어(SNS) 발표에 적응해 나가야 할 것"이라며 "너무 화들짝 놀라서 우리 스스로 입장을 약화할 필요는 없다. 의연하게 대처하면서 협상하면 되는 것이고 미국 정부 내 미묘한 변화도 잘 파악하도록 지속적인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한미 간 핵연료 농축 및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협상에 대해선 "트럼프 대통령의 전폭적 지원에 힘입어 팩트시트의 합의가 이뤄졌고, 미국 정부 내에서도 여러 번 확인된 만큼 협상이 잘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며 "농축, 재처리 문제는 함께 추진돼야 한다. 정말 천재일우의 기회를 만난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핵추진잠수함(SSN·핵잠)의 건조와 도입 등에 관한 한미 간 협의 사항에 대해선 "이미 정부 내에서는 관련 협상을 준비하는 협의체도 만들어졌다"며 "미국으로부터 협상팀이 다음달 중 올 가능성이 있고, 그쪽 일정이 어렵다면 우리가 (미국으로) 갈 계획도 있다. 가급적 이런 기회에 빨리 협상을 마치고 핵잠 건조를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엔군사령부가 여권에서 추진 중인 DMZ의 평화적 이용 관련 법안에 반대 의사를 표한 것과 관련 조 장관은 "유엔사와 한국의 기존 합의사항, 이에 대한 국제법적 관계, 우리 국민감정 등 복합적으로 얽힌 문제"라며 "상충하는 것을 어떻게 유엔사 측과 협의를 통해 일치시킬 것인지 문제다. 국방부는 물론이고 국회와도 잘 협의할 생각"이라고 했다.
일본이 주도해 온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문제를 놓고는 "급변하는 국제 경제 질서에서 꼭 필요하다고 본다"며 "국내적인 어느 산업 특정 분야의 어려움이 있다고 하더라도 가입해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재명 정부 내 '자주파·동맹파' 갈등에 대한 질문에 조 장관은 "(동맹파가 아닌) 현실파, 실용외교파로 썼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최근 통일부 원로들이 외교부의 대북정책 주도 가능성에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한 데 대해선 "통일부 전 장관들의 모임에 가서 충분히 설명해 드리고 그분들의 지지를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외교부와 긴밀한 통상교섭본부를 산업통상자원부에서 가져와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엔 "외교부로 돌아온다면 통상협상을 더 잘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면서도 "안보 상황이 엄중하고 이재명 정부가 출범해 여유 없이 곧바로 새로운 일들이 터졌기 때문에 조직의 문제를 제기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통상교섭본부가 재편될 기회가 생기면) 당연히 제의할 것"이라며 "성숙했다 생각하면 (그 사안을) 제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