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전 시사한 트럼프, 호르무즈 개방은 외면…"중장기적 대비책 필요"

정한결 기자, 조성준 기자
2026.04.02 18:03

[the300]

(워싱턴 로이터=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이란 전쟁에 관한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2026.04.01 /사진=(워싱턴 로이터=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확전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전쟁 장기화에 따른 한국의 대비책 마련이 시급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기여가 부족했다고 노골적으로 언급하면서 향후 관세 관련 새로운 청구서를 내밀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워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백악관 대국민담화에서 "앞으로 2~3주 동안 이란을 극도로 강하게 타격할 것"이라며 "이란을 석기시대로 되돌려놓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란과 협상이 진행 중이고 이 기간 동안 어떤 합의도 이뤄지지 않으면 이란의 모든 발전소를 매우 강하게 동시에 타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실상 확전 시사다. 미국이 협상 결렬 후 이란의 발전소 등을 타격할 경우 이란 역시 강경하게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에 대해서는 관여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해협을 통해 석유를 공급받는 국가들이 책임지고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간담회 직전 오찬에서도 "(호르무즈 해결을)한국이 하게 두자"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우리에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며 "우리가 험지에, 핵무력(북한) 바로 옆에 4만5000명의 군인을 두고 있는데도 말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한국을 언급하면서 미국이 새로운 경제·안보 청구서를 내밀 가능성을 배제하기도 어려워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동맹국들이 군함 파견 요구를 거부했다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탈퇴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 직후 한국 등 핵심 동맹국한테 전쟁 책임과 비용을 전가할 가능성이 있다"며 "관세 카드를 활용할 수 있기에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쟁 장기화를 염두에 둔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석유 의존도를 줄이거나, 수입처를 다변화하는 등 중장기적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왕휘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중장기적인 대책에 대해서는 많이 논의가 안 되고 있다"며 "이제부터는 중동에서 유사한 사태가 계속 발생할 수 있다고 가정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란의 해협 봉쇄와 통행료 요구에 대해서는 국제공조를 통한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파병까지 요구하던 미국이 한발 물러서면서 오히려 국제적으로 협력하거나 이란과 직접 협상해볼 여지가 생겼다는 것이다. 조용근 경남대 교수는 "지금은 국제 공조가 중요하다"며 "파병한다고 전세가 바뀌는 상황도 아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성일광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교수도 "이란의 통과세는 국제사회가 가만히 안 있을 사안"이라며 "외교적인 수단을 통해 말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일단 국제사회의 동향을 신중히 주시하겠다는 방침이다. 영국이 주도해 이날 열리는 호르무즈 해협 공동성명 35개국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하되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이번 회의는 무력충돌 상황이 중단되거나 의미 있는 수준으로 완화가 됐을 경우를 대전제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란과 미국과의 협상 동향과 주요국의 입장, 국제회의 동향 등을 종합적으로 주시하며 신중히 검토하겠다"며 "이란과의 관계도 당연히 고려하며, 외교 소통 채널은 늘 열려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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