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군사령부가 북한의 군사분계선(MDL) 인근 철책 설치가 정전협정 위반이 아니라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유엔사는 24일 홈페이지에 '유엔군사령부 팩트시트: 비무장지대 정전협정 이행 및 최근 북한 동향'를 내고 "유엔사는 철책 설치 및 도로 보수를 포함한 최근 북한의 건설 활동이 MDL 이북에서 이뤄지고 중화기를 반입하지 않는 한 1953년 정전협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엔사는 북한의 철책 설치·전술도로 구축·불모지 작업 등이 모두 '민사 행정(Civil Administration)'에 속한다고 봤다. 공격의도를 가진 시설물을 설치하거나 MDL을 넘었을 때는 정전협정 위반이지만 지뢰 매설·철책 설치 등이 모두 방어를 위한 행동이라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유엔사는 "철책의 경우 MDL 북측에 위치해 있으며, 방어적·분리적 목적일 경우 허용된다"고 설명했다. 지뢰 매설에 대해서도 방어적·분리적 목적으로 판단했으며 정전협정 위반 사안인 중화기·드론 도입에 대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요새화 작업에 대해선 대부분이 MDL 이북 100m 지역에서 이뤄지고 있다며, 북측의 철책·지뢰 등이 MDL을 넘었다는 사안 역시 조사 중이지만 현재까진 증거가 없다고 언급했다. 유엔사에 따르면 북측은 2024년 통행도로 차단을, 2025년에는 철책 설치와 도로 정비 등을 사전 통보했다.
유엔사는 특히 "대한민국은 현재 비무장지대(DMZ) 남측에서 36개 이상의 도로, 철책 및 식생 제거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라며 "유엔사는 양측 모두에게 동일한 기준을 적용한다"고 했다. 한국 역시 북측처럼 DMZ 남측에서 관련 작업을 진행 중이기에, 북한만 정전협정 위반이라고 규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북한은 2023년 말 남북을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선언하고, 2024년 4월부터 MDL 이북 지역에서 불모지 작업, 전술도로 구축, 철책·지뢰 설치 등 국경선화·요새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북한군은 MDL 불모지 작업 대부분을 완료해 전술도로는 60~70㎞, 철책은 80~90㎞ 설치했으며, 일부는 MDL 이북 100m 안쪽 구간까지 철책을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합동참모본부는 지난 22일 "북한군의 MDL 일대 장애물 설치는 명백한 정전협정 위반"이라고 밝혔다. 정빛나 국방부 대변인도 "정전 협정상 '완충지대로 설정함으로써 적대행위의 재발을 초래할 수 있는 사건의 발생을 방지한다'라고 규정돼 있다"라며 "국방부는 이 정전 협정상의 조약을 근거로 (정전협정 위반 여부를) 말씀드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유엔사는 같은 날 "DMZ 내 활동은 그 전체적인 맥락 속에서 이해돼야 하며, 정전협정 및 후속 합의의 관련 조항과 구체적인 사실관계 및 상황을 토대로 평가된다"라며 "건설, 요새화 및 여러 방어적 조치가 자동적으로 정전협정 위반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유엔사는 이날도 팩트시트를 내면서 국방부 입장을 사실상 정면으로 재차 반박했다. 유엔사는 특히, 유엔군사령관이 DMZ 남측에서 정전협정 관련 권한을 홀로 갖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국방부가 북한의 철책 설치의 정전협정 위반 여부를 자의적으로 판단할 수 없다고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엔사는 "한반도의 안정과 소통을 유지하기 위해 엄격하게 비정치적인 군대군(military-to-military) 원칙에 기반해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