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에이즈'라고 불리는 소나무재선충병이 국립공원구역에서 확산하고 있지만 정작 국립공원공단에는 재선충병 예찰과 방제를 전담하는 인력이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체 방제 예산도 별도로 편성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이 11일 국립공원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립공원 내 소나무재선충병 감염 및 감염 의심 고사목 발생 건수는 2022년 7883건에서 2025년 3만3586건으로 3년 만에 4배 이상 급증했다.
공원자연보존지구 피해 면적도 2년 새 28배 증가했다. 2022년 62.71ha(헥타르)였던 소나무재선충으로 인한 피해 면적은 2023년 218.17㏊, 2024년 1741.06㏊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감염 소나무 역시 5646본에서 1만2196본, 3만323본으로 늘었다. 피해의 대부분은 경주국립공원에서 발생한 것으로 2024년 기준 3만317본의 소나무가 재선충병에 걸렸고 피해 면적은 1741ha에 달했다.
김 의원실은 "현장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음에도 국립공원공단 대응 체계는 방치 수준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실에 따르면 국립공원공단은 관련 법상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주체가 지방자치단체와 산림청이라는 이유로 자체 방제 예산을 따로 편성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선충병 예찰과 방제를 전담하는 공단 자체 인력은 물론 외부 위탁 인력도 없었다. 김 의원실은 국립공원공단이 첨단 기술을 활용한 별도 예찰 시스템 도입이나 기후변화에 대응한 중장기 방제 전략, 지자체·산림청과의 실시간 데이터 공유 시스템도 마련하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초동 대처가 늦어지는 사례도 잇따랐다. 월악산 국립공원의 경우 2022년 10월 재선충병이 발생했지만, 실제 방제 착수에 나선 건 같은 해 12월이었다. 가야산 국립공원도 2024년 11월 재선충병이 발생했지만, 실제 방제에 나선 건 5개월 뒤인 2025년 3월이었다. 지난달 감염이 확인된 속리산국립공원 역시 오는 10월에야 방제 조치가 이뤄질 예정으로 감염 확인에서 방제까지 약 두 달이 소요될 전망이다.
국립공원공단이 시행 중인 예방 나무주사 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도 미흡하단 지적이 나왔다. 김 의원실은 "예방 나무주사 약제 투입이 계속되고 있지만, 정작 이러한 약제 투입이 국립공원 생태계에 미치는 환경영향 평가 보고서는 한 건도 작성하지 않았다"고 했다.
김 의원은 "국립공원은 소나무 생태계의 마지막 보루임에도 불구하고 국립공원공단이 지자체와 산림청의 방제 작업만 바라보며 수수방관하는 사이 우리 산림의 핵심 보호구역이 재선충병에 무방비로 꺾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립공원공단은 법적 유관 기관이라는 틀에 갇혀 예찰과 통보에 그칠 것이 아니라 전담 인력과 예산을 선제적으로 확보해야 한다"며 "관계 기관과 실시간 공유 체계를 확립해 국립공원의 소나무 자원을 지키기 위한 책임 있는 중장기 방제 전략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