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두발을 세 시간 간격으로 연이어 발사했다. 유엔총회와 미중 정상회담 등 이번 주 굵직한 일정이 이뤄짐에 앞서 자신들의 핵·미사일 능력을 각인하면서 '핵보유국' 지위를 과시하기 위한 포석을 깔기 위한 무력시위였던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21일 전날 오후 발사한 탄도미사일 관련 내용을 보도하지 않고 있다. 북한은 지난달 미사일 발사 때도 침묵한 바 있다. 이번 탄도미사일 도발은 전날 두 차례 이뤄짐에 따라 올해 들어 15번째 무력시위로 기록됐다. 이번에도 북한이 관련 사실을 보도하지 않는 데 대해 윤민호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을 통해 "보도되지 않은 사례들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있었기 때문에 따로 평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3시에 북한 원산 일대서 발사된 탄도미사일은 동해상으로 약 450km를 비행했다. 이어 오후 5시50분쯤 같은 지역에서 추가 발사된 미사일은 약 600km를 비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두 미사일 모두 화성-11 계열로 추정된다. 대표적으로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화성-11가(KN-23) 등이 있으며, 한국 내 주요 군사시설 등을 타격할 수 있는 전술핵 탑재 수단으로도 개발됐다.
앞서 북한은 지난 12일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서는 이틀 뒤인 14일 관영매체를 통해 순항·탄도미사일과 방사포, 무인기 등 네 가지 무기를 '섞어쏘기'한 화력 습격 훈련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한미일 3국의 정례 군사훈련인 '프리덤 에지'가 끝난 뒤 이뤄진 미사일 도발로 한미일 3국에 대한 반발 차원으로 풀이됐다.
이번 미사일 도발은 오는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개막할 유엔총회와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릴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뤄져 주목된다.
이재명 대통령도 이번 유엔총회에 참석해 '한반도 비핵화'를 포함한 정부의 평화공존 정책을 천명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유엔총회 일정과 함께 북한의 핵프로그램 중단으로 시작하는 'END 구상'을 공개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이 이번 총회에서 내놓을 북한 관련 발언도 예의주시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어서 오는 24일 열릴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자신들의 '핵 보유국' 지위를 과시하기 위한 행보로도 풀이된다. 지난 5월 베이징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중국은 밝히지 않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회담 종료 후 양국이 북한 비핵화 문제를 논의했다고 밝히며, 양측 간에 공감대가 마련됐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북한을 의식한 중국이 핵 문제의 직접 거론을 피하고 있지만, 간접적인 경로로 핵 없는 한반도라는 기조에 중국이 반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드러나는 것에 대해 북한이 경계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나아가 북미 정상회담 재개 가능성이 지속 제기되는 상황에서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무력 과시로도 풀이된다. 북한이 향후 북미 대화를 염두에 두고 자신들이 원하는 협상의 출발점을 분명히 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비핵화를 전제로 한 협상에는 선을 긋고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은 상태에서 미국과 대화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한 것이란 분석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석좌교수는 "북한은 김여정 북한 노동장 총무부장 담화 등을 통해 한미·한미일 군사훈련을 비난한 후 미사일을 발사하는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며 "동해상 단거리 미사일 발사라는 형태를 택한 것도 한국과 주한미군에 대한 단거리 타격능력을 보여주면서 북미대화 전 미국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며, 시기적으로는 유엔총회 앞두고 비핵화 불가 의지를 드러내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