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명은 늘어나는데 자녀들은 경제적으로 독립하기 힘들어지고 가족주의는 해체되고 있습니다. 자녀들이 받을 것 없는 부모들과 연을 끊는 현상이 벌어지는 것도 이상하지 않죠. 상속받을 재산이 있는 자녀들만 돌아가시기 직전에 부모를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무연고 사망자 증가와 관련한 서이종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의 진단이다. 초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자연스런 현상으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서 교수는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생활이 여의치 않고 부모를 돌볼 여력이 줄면서 과거처럼 효 문화를 중심으로 한 가족 간 유대가 부양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2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 무연고 사망자는 2021년 1845명에서 지난해 4310명으로 4년 만에 133.6% 증가했다. 지난해 전체 무연고 사망자 중 65세 이상은 60.1%였고, 50세 이상으로 범위를 넓히면 91.6%에 달했다.
65세 이상 무연고 사망자가 4년만에 두배 넘게 늘어난 것은 고령화가 가장 큰 배경으로 꼽힌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그 이면에 자리한 '경제적 문제'와 '가족관계 단절'에 더 주목한다.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대부분 경제력이 없는 부모를 자녀가 돌보지 못하거나 방치하는 경우가 단절로 이어진다"며 "과거 가족과 개인이 맡았던 돌봄이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 됐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례 비용 감당이 어려워 어머니를 무연고 장례로 떠나 보낸 강기상씨의 사례는 그나마 모자간 가족관계가 사망 전까지 이어진 경우다. 하지만 무연고 사망자 중에는 죽기 한참 전부터 가족관계가 단절돼 마지막 순간까지 혼자였던 노인이 많다. 서 교수는 "기대수명은 늘고 있지만 노인 빈곤율은 더 높아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고령층이 많다"며 "결국 이들은 마지막에 무연고 사망자가 된다"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무연고 사망 증가는 경제적 원인 외에도 △지역공동체 약화 △가족 간 갈등 △재혼·이혼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말한다. 윤 교수는 "과거엔 부모 부양을 당연한 도리로 여겼지만, 전통적·집단적 가치가 약해지고 개인주의와 물질주의가 강해지면서 이러한 인식도 달라졌다"고 했다.
가족이 있는데도 경제적 어려움 등에 따른 관계 단절로 무연고 사망자가 되는 사례는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서 교수는 "사회공동체 약화와 구조적 원인을 고려하면 이런 현상은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윤 교수 역시 "국가적인 차원에서 대처하지 않으면 무연고 사망은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윤 교수는 "무연고 사망이라고 하는 것은 가장 비극적이고 비참한 상태"라며 "다만 이는 최종적인 결과로 나타나는 것으로 무연고 사망을 줄이려고 가족을 찾는 노력보다는 고위험군에 있는 노인이 인간으로서의 존엄한 삶을 살고 이를 마무리 할 수 있느냐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