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현직 금통위원이 셀프기획 후 낙점…한은 연구 심사체계 '허점'

유재희 기자
2026.10.11 13:29

[the300][2026 국정감사]

현직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하 금통위원)이 자신이 참여할 외부 연구용역의 주제와 공동연구자를 직접 선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연구위원회 대신 금통위 자체 연구용역위원회를 만드는 방식을 차용한 것으로 전해져 연구용역 공정성 논란이 도마위에 올랐다.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여 중인 김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국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인용해 2021년부터 2026년까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실 발주 외부 연구용역이 총 11건, 2억2000만원 규모로 모두 수의계약으로 이뤄졌다고 11일 밝혔다. 공개모집을 통한 연구자 선정은 단 한 건도 없었다.

현직 금통위원이 연구자로 참여한 사례도 있다. 김 의원실에 따르면 이수형 금통위원은 2025년 1월 '한국 소비자물가지수 동향: 엥겔곡선을 이용한 대안적 접근'(1000만원)과 같은 해 8월 '민간소비 동향 파악 개선을 위한 대안적 소비통계 활용 가능성 모색'(2000만원) 연구에 참여했다. 두 과제 모두 A 교수와 공동 수행했다.

첫 번째 연구는 이 위원의 기존 연구를 발전시키기 위해 A 교수와의 협업으로 진행됐다. 두 번째 연구 역시 이 위원이 직접 기획하고 연구 초기부터 A 교수와 공동연구를 협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에 직접 참여할 금통위원이 연구 주제와 공동연구 상대를 사실상 정하고 한국은행이 해당 연구자와 수의계약을 체결한 셈이다.

김 의원 측은 해당 사례가 규정 위반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은 '조사연구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조사연구위는 △외부 연구용역의 과제 및 연구자 선정 △연구 추진방식 △연구 결과 점검과 활용 등을 심의·의결하도록 돼 있다. 해당 규정은 조사국·통화정책국·경제연구원 등 9개 부서를 연구부서로 명시하고 있다. 연구부서 이외 부서의 심의 요청도 조사연구위가 처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금통위원 보좌기구인 금통위실은 자체 수행지침을 마련해 별도의 연구용역위원회를 설치·운영해 왔다. 금통위실은 상위 규정에 열거된 연구부서에 포함되지 않고, 별도 위원회의 설치 근거 역시 명시돼 있지 않다. 또한 규정상 연구부서를 중심으로 연구 추진방식을 정하고 있어 금통위실의 자체 연구용역 추진은 상위 규정과 충돌된다.

한은 금통위실은 "자체 규정 신설이 상위 규정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 미비점"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공모 방식으로 진행할 경우 정책 수행 방식에 불필요한 혼선을 야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김영환 의원은 "현직 금통위원이 자신이 참여할 연구의 주제와 공동연구자까지 직접 정했다면 선정과 계약 과정은 더욱 엄격하게 검증해야 한다"며 "그런데 보좌기구가 상위규정에 설치 근거도 없는 별도 위원회를 만들어 심사·평가까지 맡는 구조에서 공정성과 객관성을 어떻게 담보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정식 조사연구위를 두고도 부서 자체 지침으로 별도 심의체계를 운영한 것은 한은의 방만한 연구용역 관리를 보여준다"며 "연구의 필요성이나 기존 위원회의 심의를 내세워 절차의 적정성에 대한 검증을 피해 갈 수는 없다. 별도 위원회의 설치 근거와 권한을 명확히 밝히고, 연구자 선정부터 수의계약·결과 평가까지 전 과정을 점검해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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