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공영방송 국정감사가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의 제척 문제와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의 KBS 보도 외압 의혹을 둘러싼 여야 충돌로 파행을 거듭했다. 국민의힘은 국감이 중단된 뒤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 의원의 발언권 보장과 한 의원의 KBS 관련 질의 회피를 요구했다.
국민의힘 과방위원들은 1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의 힘을 앞세워 야당의 입을 끝내 틀어막았다"며 "이진숙 의원에 대한 제척 효력을 강제로 유지하고 최소한의 발언권조차 주지 않은 데 따른 국감 파행의 책임은 민주당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회의원의 국정감사권은 국민이 부여한 헌법적 권한이자 책무"라며 "다수 의석을 무기로 야당 의원을 국감장에서 배제하고 발언권까지 박탈한 것은 명백한 국정감사 방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동시에 한준호 의원실의 KBS 보도 관련 전화 문제를 꺼내 들었다. 이들은 "정작 제척돼야 할 이해충돌 당사자는 KBS에 전화를 건 한준호 의원실"이라며 "한 의원은 KBS 국정감사 관련 모든 질의에서 스스로 회피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진숙 의원도 기자회견에서 "한준호는 되고 이진숙은 안 된다는 것"이라며 "KBS 기자협회장이 당시 전화를 '항의 전화'라고 판단했다고 증언했다"고 말했다. 이어 "항의는 맞지만 외압은 아니라는 설명을 믿을 국민이 어디 있겠느냐"며 "김승원 후보자가 사퇴했는데 왜 보도하느냐는 취지의 전화였다면 압박성 전화"라고 주장했다.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도 "이진숙 의원은 이해충돌을 이유로 발언권을 빼앗으면서 KBS 외압 의혹 당사자인 한준호 의원이 KBS 기자협회장을 상대로 질문한 것은 코미디"라고 말했다.
앞서 이날 과방위 국감은 시작부터 이 의원 제척 문제로 충돌했다. 민주당과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 최혁진 무소속 의원 등은 이 의원이 방송통신위원장 재직 당시 KBS와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선임 등 이날 피감기관과 관련된 의사결정에 관여한 만큼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 의원이 자신이 직접 관여한 사안에는 질의하지 않겠다고 밝힌 만큼 감사 참여 자체를 막아서는 안 된다고 맞섰다.
송기헌 과방위원장은 앞서 과방위가 의결한 제척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송 위원장은 "법률의 규정이나 다른 권한에 의해 과방위 결의가 변경되거나 무효화되지 않는 한 그 결의를 그대로 존중하는 것이 맞다"며 이 의원에게 발언권을 주지 않겠다고 했다.
오후 2시30분쯤 시작한 국감은 여야 공방 끝에 오후 4시6분께 한 차례 정회했다. 오후 5시16분 속개한 뒤에도 제척 논란이 이어졌고, 오후 5시28분이 돼서야 주질의에 들어갔다.
하지만 서천호 국민의힘 의원이 한준호 의원실 보좌관의 KBS 통화 문제를 제기하면서 다시 충돌했다. 서 의원은 KBS 측이 의원실에 보낸 해명자료와 한 의원이 공개한 내용 사이에 표현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KBS 기자협회장은 국감장에서 해당 전화를 "항의 전화"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를 외압으로 볼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외압이라고 보는 데 동의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답했다.
한 의원은 직접 질의에 나서 보좌관이 해당 기사를 작성한 기자에게 직접 전화한 것이 아니라 KBS 출입 과정에서 상시 연락하는 관계자와 통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사 삭제 요청이나 수정 요청 등은 어떠한 방식으로도 전달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공방이 다시 격화되자 과방위는 오후 6시17분께 두 번째로 국감을 중지했다. 이날 감사는 공영방송 경영과 콘텐츠, 시청자 권익 등 현안보다 이 의원 제척 문제와 한 의원의 KBS 외압 의혹을 둘러싼 여야 공방이 전면에 부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