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0일 3주간의 국정감사가 마무리되는 가운데 여야는 약 821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 심사에 본격 착수한다. 특히 200조원대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 미래대응기금 신설이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기금 신설과 맞물린 지방재정 제도 개편을 놓고도 여야 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30일 공청회를 시작으로 2027년도 예산안 심사에 들어간다. 다음 달 4~5일 종합정책질의, 9~12일 부처별 심사를 진행하고 16일부터 예산안조정소위원회를 가동한다. 예산안의 법정 처리 시한은 12월 2일이다.
정부가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은 올해 본예산보다 93조원(12.8%) 늘어난 820조9000억원이다. 반도체 호황에 따른 세수 증가를 바탕으로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등 미래 산업에 재정을 집중하는 것이 핵심이다.
예산안 심사의 최대 쟁점은 미래대응기금이다. 당초 정부가 제시한 기금 규모는 162조3000억원이지만, 올해 초과세수가 추가로 전입되면 200조원을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기금 가운데 45조4000억원을 청년·성장동력·지방·교육 및 인재 등 4대 분야에 투자하고, 104조4000억원은 향후 세수 감소 등에 대비한 여유자금으로 운용할 계획이다. 미래 성장동력 확보와 재정 안정성을 동시에 꾀하겠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선심성 지출 논란과 재원 운용의 지속 가능성을 문제 삼고 있다. 기금 사업비 가운데 17조5770억원을 선심성 비판 소지가 있는 사업으로 분류했으며, 농어촌 기본소득과 청년문화예술패스 등을 주요 지적 대상으로 꼽았다.
민주당은 미래대응기금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김한규 민주당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청년 정책·교육 인재 육성에 집중하는 미래대응기금 신설 등 대책이 필요하다"며 "국민의힘은 기금에 무조건 반대만 하지 말고 청년을 위해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의견을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기금 운용에 대한 국회 통제권도 쟁점이다. 정부는 주요 지출 항목을 국회 재의결 없이 변경할 수 있는 한도를 일반 사업성 기금의 20%보다 높은 30%로 설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탄력적인 재정 운용을 내세우지만, 야당은 국회의 예산 통제권이 약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검토보고서는 30%를 단순 적용할 경우 자체 변경 가능 금액이 최대 13조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미래대응기금과 연계된 지방교부세 개편도 주요 쟁점이다. 현행법상 내국세의 19.24%는 지방정부에 배분된다. 그러나 정부안은 미래대응기금에 적립하는 세금을 교부세 산정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했다. 한국지방세연구원에 따르면 기존 산식을 적용했을 때보다 지방교부세가 30조5000억원 적게 산정된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도 논란이다. 정부는 기존 내국세 연동 방식을 바꿔 종전 산식 대비 32조5000억원의 지출 증가를 억제한다는 계획이다.
교육재정의 안정성과 재원 배분의 효율성을 둘러싼 논쟁도 이어질 전망이다. 여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들 사이에서도 개편안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박찬대 전국시도지사협의회장(인천시장)은 현행 교부세 산정 방식 유지 등을 요구했다.
소방재정도 심사 대상이다. 추미애 경기지사의 '재정 빨대' 발언을 계기로 지방정부의 재정 부담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내년도 소방안전교부세는 올해보다 2897억원(27.6%) 줄어든 7605억원으로 편성됐다. 담배 개별소비세에 재원이 연동되는 구조인 만큼 국가직으로 전환된 소방공무원의 인건비에 대한 국비 지원 확대와 안정적인 재원 확보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주택공급 예산에 관심이 간다. 정부는 주택공급 재원을 33조원으로 확대하고 주택도시기금 등을 통해 공적주택 21만8000호를 공급할 계획이다. 특히 중산층까지 지원 대상을 확대한 보편형 임대주택에 6조2000억원을 새로 편성하면서 취약계층 지원과 실질적인 주택공급 효과를 둘러싼 논의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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