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대병원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압수수색의 후폭풍이 이어지면서 국회가 제도 개선에 나선다. 여야 모두 환자 안전과 진료 연속성을 보장할 수사 가이드라인 마련을 촉구한 가운데 국민의힘에서는 강제수사 집행 원칙을 법제화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경찰의 사과에 대한 의료진 반응을 살핀 뒤 후속 대응을 논의할 방침이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아주대병원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압수수색 이후 센터장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의료진의 추가 이탈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며 "필수의료 인력의 이탈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는 만큼 이번 사태를 엄중하게 바라봐야 한다"고 밝혔다.
가정의학과 전문의인 신 대변인은 철저한 진상 규명을 촉구하면서도 응급실의 특수성을 고려한 수사 원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촌각을 다투는 응급실에서 환자 안전과 진료 연속성을 고려하지 않은 강제수사는 의료진을 위축시키고 치료가 필요한 다른 환자들에게까지 피해를 줄 수 있다"며 압수수색의 필요성과 집행 과정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다. 관련 자료 우선 확보와 의료 전문가 의견 반영, 압수수색 범위·방식 검토 등 구체적인 수사 원칙도 제시했다.
재활의학과 전문의인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달 2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핵심 진료구역 진입을 제한하고 진료 침해를 최소화하는 의료기관 수사 원칙을 제안했다. 나아가 가이드라인을 넘어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의원은 "경찰청과 복지부가 수사 가이드라인을 만든다고 하는데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며 "복지부가 경찰청, 법무부와 상의해 이러한 원칙을 법적으로 명시해 달라"고 요청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응급실보호법'인 형사소송법 개정안 발의를 예고했다. 응급환자 진료에 투입된 의료시설과 기재의 사용 중단을 최소화하고 진료에 미치는 영향이 적은 수사 방법을 우선 고려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긴급한 압수수색이 불가피한 경우에도 환자 안전 확보 조치 병행 등을 법률에 명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현행 형사소송법은 강제처분을 필요한 최소한도의 범위에서 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응급실 등 특수한 현장에서의 구체적인 수사 기준은 마련돼 있지 않다. 내년 5월 시행 예정인 개정 의료분쟁조정법도 의료사고심의위원회를 신설하고 의료진 형사책임 부담을 완화하는 등 의료사고 수사에 전문성을 더하는 내용을 담고 있지만 의료기관 수사의 구체적인 집행 기준을 직접 규정하지는 않았다.
당장은 가이드라인 마련과 현장 수습을 중심으로 후속 논의가 진행될 전망이다. 복지위 여당 관계자는 "지금은 충분한 사과와 관련 가이드라인 마련 절차가 우선돼야 한다고 본다"며 "상황을 좀 더 수습한 뒤 이해관계자들과 자리를 마련해 후속 작업에 대한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야당 관계자는 "경기남부경찰청장 직무대행이 사과했고 의료진들이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듣고 판단하려 한다"며 "다음 주 중 상황을 어떻게 정리할 지 논의할 것 같다"고 했다.
국회 복지위 소속 한 여당 의원은 "법 개정도 필요하지만 속도와 효과 측면에서 지금은 지침이 법보다 빠르고 효과적일 것"이라며 "법이 개정돼도 집행에 대한 지침이 숙지 되지 않으면 효과가 없다. 법이나 지침의 문제라기보다 일선의 경찰들에게 얼마나 잘 숙지 되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