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공무원범죄 뿌리 뽑으려면

최영인 한국범죄학연구소장
2016.03.25 09:30
최영인 한국범죄학연구소장

한국은 전통적으로 벼슬을 하면‘뼈대’가 있는 집안으로 인정받았다. 족보나 가족의 계보를 중요하게 여기는 집안이나 문중에서는 지금도 몇 대 조부가 무슨 직을 하였다는 것을 가문의 영광으로 생각하면서 이들을 기리고 있다.

관료에 대한 가치관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동일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관료는 투명하고 깨끗함을 집대성한 것이 정약용 선생의 목민심서(牧民心書)는 어질게 선정을 베푼 관리를 청백리(淸白吏)로 부르기도 하였다. 그만큼 관리에 대한 존경심도 있었을 뿐만 아니라 이들이 다른 일반 백성들보다는 투명하고 바르게 살아야 함을 요구하고 있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대다수의 공무원들은 자신의 일에 대해서 자부심을 가지고 있고 책임감 있게 행정을 하기 위해서 부단한 노력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일부 공무원들은 부정비리의 백과사전이라 불릴 정도로 다양한 방식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비리와 범죄를 저지르고 있으며, 이는 곧 공직사회의 청렴도에 대한 국제기구들의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청렴이라는 개념은 공무원의 주요 의무 가운데 하나로서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본인의 생계를 보장해주는 대신에 그 세금을 사용함에 있어서 한 점의 문제나 오점도 남겨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제하고 있다. 하지만 급여는 급여대로 받으면서 뒷돈을 받는 관행을 개선하지 못하는 공무원들이 있고, 단속정보를 미리 흘려주고 이에 대한 대가를 받는 공무원들이 있는가 하면, 수사 대상자인 여성을 애인으로 만들고 붙잡히지 않도록 비호를 해주다가 적발되는 사법공무원까지 나타나고 있다.

과거에 공무원의 비위를 적발해야 할 1차적인 책임을 지고 있는 감사원 직원들이 공기업 임원들로부터 성접대를 받다가 경찰에 적발되었다. 두 명의 감사원 직원은 해당 공기업의 감사관련 청탁을 받은 대가로 ‘공진단’으로 불리는 고급 보약을 받았으며, 성접대를 받아 뉴스 1면을 장식하였다. 이들에 대해서 감사원이 내린 징계는 상식을 벗어나는 내용이었다. 4급 과장급 감사관에 대해서는 정직 3개월의 처분을, 5급 계장급 감사관에게는 감봉 3개월의 처분을 내렸다.

감사원 측에서는 정직과 감봉 이외에 1년간 감사업무에서 배제하는 처분을 병과하였기 때문에 공무원의 성매매 사건으로서는 최상위의 수위라고 항변하였다. 하지만 이는 궁색한 변명일 뿐이며, 공무원의 비위와 범죄, 비행에 대해서 강력한 처벌을 하고 있는 홍콩이나 싱가포르의 수준을 대입한다면 징역형은 물론이고 모든 연금과 퇴직금이 박탈되는 수준의 비위로 볼 수 있다. 우리는 청렴을 국가의 기본시책인 국시(國是)로 삼아야 할 정도로 만연한 부패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런 상황 하에서 공직 세계에서 암행어사로 불리는 감사원 소속 감사관들의 이 사건은 큰 충격임은 분명하다.

김영란 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과 더불어 강력한 공무원범죄에 대한 예방 및 사후수습책을 정부가 내놓고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자 한다. 우선 공무원범죄의 조사와 수사에 대해서는 여러 사법기관에 인센티브를 더 강력하게 제시하여 발본색원할 수 있는 근간을 마련해야 한다. 사안의 경중을 떠나서 공무원의 비리와 범죄, 부패사항을 적발한 사법기관과 사법수사관에 대해서는 특진이나 별도의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사기진작은 물론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해서 큰일을 하였다는 점을 명확하게 인정하고 칭찬해 주어야 한다.

다음으로 교차적인 부패감시의 방법을 만들어야 한다. 따라서 검찰이나 감사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법무부, 국세청, 경찰청, 청와대 등 소위 힘이 있는 기관들의 소속 공무원들이 범죄행위나 비행을 저지르는 경우에 이를 조사하고 처벌할 수 있는 별도의 기관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본 필자는 지속적으로 홍콩의 반부패 수사기구인 염정공서(廉政公署, ICAC; Independent Commission Against Corruption)와 같은 제3지대의 전투적 반부패 수사기관의 구성을 주장하여왔다.

검찰의 기소독점주의는 나름대로의 법적 원칙을 지킨다는 점에서는 필요한 부분일 수 있지만 반부패에 있어서는 예외로 삼고 있는 나라들이 많이 있다. 홍콩이나 싱가포르, 미국 등이 공무원의 부패행위를 척결하기 위한 목적에서 사법기관이나 힘이 있는 기관 사이의 견제와 감시를 채택하고 있고, 이러한 방식이 혼란스럽게 보일 수는 있지만 실제로 국가의 투명성 제고와 공무원 범죄의 감소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행정조직의 효율성을 배가시키고 깨끗하게 살아가는 공무원들의 기를 살려주면서 국민들의 행정에 대한 신뢰와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남은 2년을 반부패 드라이브의 원년으로 삼아 적극적으로 공무원범죄와 비리, 부정, 직권남용 등에 대한 썩은 살을 도려내는 식의 강력한 정책마련이 요구된다. 여러 가지 남겨주지 말아야 할 것들 중에서 제일 중요한 것을 필자는 공무원의 부정비리와 범죄, 부패라고 생각한다.

후손들에게 투명한 공직윤리를 잇게 하면 어떨까. 올바른 공직 제도와 실천에 달려 있다. 국가 정부 공무원 국민도 깨끗한 중심에 있어야 비로소 행복한 사회의 기본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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