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여성 살해 사건 이후 혐오범죄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표적인 방안이 '증오범죄방지법'과 '증오범죄통계법'이다. 이미 미국과 독일 등 일부 유럽국가에서는 법안이 마련돼 있다. 새로운 법을 만들기 전에 이미 국회에 발의된 '차별금지법' 제정 먼저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증오범죄통계법 "실태 알아야 대처 한다"
현재 경찰청의 공식 입장은 "국내에는 혐오범죄가 없다"이다. 하지만 실제 '혐오'를 동기로 한 범죄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대상으로 이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황 파악을 하기 위한 법 제정이 우선"이라고 말한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은 "현재 여성폭력 실태 전반을 알 수 있는 통계자료는 전혀 없고 가정폭력, 성폭력 등 폭력 유형에 따라 3년마다 하는 실태조사가 전부"라며 "실태를 알아야 대책을 새울수 있기 때문에 국가 차원에서 통계를 내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미국는 지난 1990년 증오범죄통계법을 제정했다. 이후 인종, 종교, 성적지향, 민족성, 장애 등의 범죄 원인과 살인, 강간, 가중폭행, 단순습격, 위협, 방화, 파괴, 소유권에 대한 파괴 행위등의 실태를 전국적으로 파악해 분석·관리하고 있다.
조철옥 제주국제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증오범죄통계법을 제정해 경찰청에 증오범죄통계 부서를 설치, 관련 통계를 집중적으로 수집하고 관리해 체계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국내에서는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0대 국회에서 '증오범죄통계법'을 추진하겠다고 총선 공약으로 밝히기도 했다.
혐오범죄 가중처벌 '증오범죄방지법'…예방효과 있을까
일명 '증오범죄방지법'은 혐오, 편견 등을 동기로 저지른 범죄에 대해서는 가중처벌을 하는 것이 핵심이다. 같은 살인이나 폭행을 저질렀더라도 혐오 동기 있다면 형을 가중하는 것이다. 미국 플로리다주는 혐오범죄에 가중최고형량을 3배까지 규정하고 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판례에서 "증오범죄피해자는 더 큰 정서적 심리적 고통을 받는다"고 인정했다. 더 큰 피해를 끼치기 때문에 가중 처벌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것이 증오범죄방지법의 근거다.
조철옥 교수는 '미국과 한국의 증오범죄에 관한 비교 고찰' 연구에서 "편견으로 인한 증오범죄는 다른 범죄에 비해 폭력적인 경향을 띄는 경우가 많다"며 "피해자는 대체가능성 높기 때문에 한 집단에 속한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성이 높다"고 말했다. 강남역 여성 살해 사건이 발생 후 '우연히 살아남았다'고 말하는 여성들의 대응은 이같은 공포를 보여준다.
독일도 이같은 법안을 가지고있다. 독인을 형법 제130조에서 '공공의 평화를 해하는 것에 적합한 방식으로 국민 일부에 대한 증오를 선동하거나 폭력적 조치 또는 자의적 조치를 선종하는 자는 3개월 이상 5년 이하의 자유형으로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상징적 효과는 있지만 실제 범죄 예방 효과는 알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는 증오범죄방지법에 대해 "사회적 수사기관, 법원의 인식 제고 등 상징적 효과는 있다"면서도 "실제로 범죄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답했다. 혐오범죄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른 대책 없이 처벌을 강화하는 법만 만들어서는 큰 의미가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사건 터질 때마다 '법'…"차별금지법 먼저 만들어야"
전문가들은 사건이 터질 때마다 새로운 법을 만들겠다고 나서기 전에 '혐오가 만연한 사회'를 먼저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범죄자 처벌을 강화하기 전에, 근간이 되는 '차별금지법'을 먼저 통과시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차별금지법은 성별을 비롯해 어떤 이유로든 차별을 금지한다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다. 만약 차별을 당했을 경우 소송을 통해 피해자는 배상금을, 가해자는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는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지난 2007년부터 꾸준히 발의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차별금지 예시 항목에 '성적 지향'이 들어가있는 점이 문제가 됐다. 법안이 발의될 때마다 기독교계를 중심으로 반발이 심해 통과되지 못했다.
홍 교수는 "법적 대응으로 본다면 차별금지법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며 "모든 것의 근간을 이루는 차별금지법은 인권과 민주주의를 말하는 나라들의 상식이다. 우선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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