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측의 실수로 유방조직검사 결과지가 뒤바뀌어 멀쩡한 가슴을 절단한 여성은 얼마의 위자료를 받았을까. 법원은 3500만원을 인정했다. 옥시레킷벤키저사는 유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에게 당초 위자료 1억원을 제시하며 "'법원판례'를 근거로 책정했다"고 말했다. 가슴을 절단한 여성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은 이 금액이 자신의 피해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할까.
대법원 사법정책연구원과 국회 입법조사처는 27일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에서 '국민의 생명·신체 보호 적정화를 위한 민사적 해결 방안의 개선' 심포지엄을 열었다.
"비재산적 피해 기준 필요…'위자료액수대비표' 만들어 공개해야"
이번 심포지엄의 제2주제인 '위자료의 현실화 및 증액 방안'에 대해 토론 참석자들은 현재 법원이 위자료 책정을 적절하게 하지 못하고 있어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법원이 위자료 액수를 산정할 때 피해자보다 가해자의 입장을 더 반영하고 있는데 피해자 중심으로 사고를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발제를 맡은 이창현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는 "위자료를 산정하면서 법원의 권한을 너무 강조한 나머지 당사자에게 소홀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라며 "위자료 산정기준에 강하게 의존하는 실무 관행이 고착되면서 국민의 법 감정과 괴리가 발생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위자료를 현실화하기 위해 피해자 중심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그동안 법원 실무는 피해 당사자 이야기보다 (법원이 위자료 산정의 기준으로 삼는) 교통사고에 관한 위자료 산정 기준에 너무 의존했기 때문에 국민의 법감정과 경제현실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비판에 직면한 것"이라며 "법원이 피해자가 어떤 이유로 어떤 금액의 위자료를 청구했는지 주의깊게 청취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계산하기 어려운 비재산적 손해에 대해서는 이를 사안별로 구체화해서 기준 금액을 제시하는 '위자료 액수 대비표'를 도입하고 공개할 것을 제안했다.
이 교수는 △위자료 산정 기준 금액의 3배 범위 내에서 위자료 증액 △법원이 활용하고 있는 위자료 산정 기준에서 '노동능력상실율'로 피해자의 비재산적 손해를 적정하게 반영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해당기준 수정 △위자료 액수 대비표 공개와 적정성에 대한 공론화 진행 등을 제안했다.
비현실적 위자료…피해자 중심으로 생각해야"
박동진 연세대 로스쿨 교수 또한 피해자 입장에서 위자료가 책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법원에서 위자료를 산정할 때 사망사건의 경우 1억원을 기준으로 두고 그 안에서 금액을 정하는데 이런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피해자의 정신적 고통 등 계량하기 어려운 부분의 피해도 어렵지만 계측해서 기준을 만들고 법원은 이를 참고 하되 개별 사안에 따라 자유롭게 위자료 액수를 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권석천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가장 큰 문제로 '피해자에게 과도한 책임을 묻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권 논설위원은 "인신, 인격권, 재산권에 대해 피해를 입으면 배상을 받는 것이 당연한데 그동안 우리는 피해자에 대해 '돈을 밝힌다'는 반응을 보였다"며 "일률적 위자료 산정은 피해자보다 가해자의 입장이 많이 반영돼 있다는 의구심을 떨칠수가 없다"고 말했다.
또 "최소 수입을 전제로 위자료를 책정하는 것을 평균 수입으로 바꾸고 악의성이 인정되는 경우 통상적인 위자료 액수의 3배 이상 금액이 인정돼야 한다는 데 찬성한다"고 밝혔다. '위자료'라는 용어를 '비재산적 피해 배상'으로 바꾸는 방안도 제안했다. '피해에 대한 배상'이라는 느낌보다 '합의를 위해 얹어주는 돈'이라는 느낌이 강하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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