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희의 소소한法 이야기] 판검사, 더 뽑으면 안돼요?

박보희 기자
2016.07.18 08:03

[the L리포트]'법'으로 정해진 '판검사 정원'…마음대로 늘리고 줄이고 안돼

[편집자주] '법'이라면 언제 어떤 이야기를 들어도 멀고 어렵기만 합니다. 하지만 인터넷에서 영화 한 편을 받아 볼 때도, 당장 살 집을 얻을 때도 우리 삶에 법과 관련없는 것은 없죠. '법' 대로 살아가는 누구나 한 번쯤은 궁금했을 생활 속의 소소한 질문들을 알아봅니다.

;검사 한 명이 배당받아 처리해야 하는 관련대상자가 평균 275명이나 돼 철저한 수사를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며 이 같은 업무과중으로 대국민법률서비스의 질적 저하가 우려되고 있다. 서울지검 형사부의 한 검사는 "복잡한 사건때문에 미처 처리하지 못한 120건에다 지난달 추가로 380건을 배당받았다"며 "지금부터 밤늦게까지 사건처리를 서두르지 않으면 월말에는 미제사건의 홍수 속에서 허덕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1991년 10월27일 한 일간지에 실린 기사다. 그리고 2016년 현재. 형사부 소속 검사 한 명이 맡는 한 달 평균 사건 건수는 150~300건에 이른다. 판사도 마찬가지다. 2014년 한 해 동안 판사 한 명은 500~1000건에 이르는 사건을 맡았다. 판검사들의 업무량이 과중하다는 토로는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일이 너무 많다면 사람을 더 뽑으면 되지 않을까.

법으로 정해논 판검사 정원 '판사 3214명·검사 2292명'

일반 회사는 회사 사정에 따라 매년 인력 계획을 세우고 그때그때 얼마나 뽑을지 정해 인력을 관리한다. 하지만 판검사는 그렇게 뽑지 않는다. 판검사 정원은 법으로 정해져있기 때문이다.

판사는 '각급법원판사정원법'에 따라 수가 정해져 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1963년 처음 법안이 만들어졌는데, 이후 수차례 개정을 거쳐 현재 각급법원판사정원법 1조는 '각급 법원 판사의 수는 3214명으로 한다'이다. 2014년에 개정하면서 매년 50~90명씩 2019년까지 370명을 증원하도록 했다.

검사의 정원은 검사정원법에 따른다. 1956년 만들어질 당시 검사 정원은 190명이었다. 이후 재개정을 거쳐 현재 검사정원법 제1조는 '검사의 정원을 2292명으로 한다'이다. 역시 2014년에 350명을 늘리는 것으로 개정했다. 지난해부터 2019년까지 매년 40~90명씩 늘려 2019년이면 검사 정원은 2292명이 된다.

인구가 늘고 사건·사고가 늘면서 당연히 판검사 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 처음 판사 수가 1000명을 넘긴 것은 1988년으로 당시 판사 정원은 1024명이다. 이후 2002년 2094명, 내년이면 3000명이 넘을 예정이다. 검사는 1996년 1037명으로 처음 1000명을 넘겼다. 이후 2014년 350명을 늘리는 것으로 개정이 되고 나서야 정원이 2000명을 넘겨 올해 검사 정원은 2112명이다.

판검사 정원을 늘리려면 법을 바꿔야 한다.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다. 정부가 사건수, 인구수, 기구 신설 등 업무 소요, 사법제도, 업무 난이도 등 업무 환경의 변화 등을 고려해서 적정 인원을 정해 법개정을 요청하면 국회 동의를 거쳐 법을 바꿀 수 있다. 물론 국회가 동의하지 않으면 법을 바꿀 수 없고 정원도 늘릴 수 없다.

판검사 한 명 뽑는데 필요한 세금은…'판사 7564만원·검사 6899만원'

역시 인력을 늘리는데 가장 현실적인 걸림돌은 '돈'이다. 사람을 뽑으려면 돈이 든다. 특히나 세금이 들어가는 일이니 만큼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판검사 한 사람을 뽑으려면 돈은 얼마나 들까.

2014년 정부가 제출한 각급법원 판사정원법 일부개정법률안 비용추계서에 따르면 판사 한 명을 더 뽑기 위해서는 인건비와 직책수행경비, 판례조사비, 재판활동비 등이 포함된 직무수행경비, 자산취득비(비품비) 등이 필요하다.

법원조직법에 따라 판사를 뽑아 임용한 첫 해 봉급은 4호봉에 해당하는데, '법관의 보수에 관한 규칙'에 정해진 연봉은 4099만8000원이다. 여기에 1년에 두 번 봉급의 5%를 받는 정근수당 170만8200원, 정근수당 가산금 60만원, 가족수당 72만원, 봉급의 9%인 관리업무수당 368만9700원, 재판수당 120만원, 급식비 156만원, 명절휴가비 409만9800원, 직급보조비 600만원, 휴가를 사용하지 못했을 경우 지급되는 연가보상비 117만5200원을 고려하면 뽑은 첫해 판사 한 명에게 필요한 인건비는 6175만900원이다.

여기에 직책수행경비 480만원, 판례조사비 96만원, 재판활동비 216만원을 합한 직무수행경비(792만원)와 책상과 법복, 컴퓨터 등을 구입하는데 필요한 자산취득비 597만9000원이 추가된다. 이같은 비용을 전부 고려하면 판사 1명을 뽑는데 1년에 7564만9900원이 필요하다.

검사는 어떨까. 역시 2014년 정부가 제출한 검사정원법 일부개정법률안 비용추계서에 따르면 뽑은 첫해 검사는 2호봉으로 시작한다. 2호봉 검사의 연봉은 3503만1600원이다. 정근수당으로 291만9300원, 가족수당 72만원, 관리업무수당 315만2880원, 수사지도수당 120만원, 급식비 156만원, 명절휴가비 350만3160원, 직급보조비 600만원, 연가보상비 100만4200원 등으로 1년에 필요한 인건비는 5509만1140원이다.

여기에 직무수행경비 792만원, 자산취득비 597만9000원을 고려하면, 검사 1명을 뽑으려면 1년에 6899만140원이 필요하다. 물론 이는 2014년 기준으로 산정한 것으로 매년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필요한 예산은 더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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