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중생 사망 사건 피해자 시신에서 수면제 성분이 검출됐다. 입을 다물던 피의자가 범행과 관련한 진술을 털어놓으면서 수사에 급물살을 타고 있다.
10일 경찰에 따르면 피해 여중생 A양(14) 부검 결과 혈액에서 수면제 성분이 검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A양 부검 결과 1차 소견에서 끈으로 목을 조른 타살 정황도 나온 만큼 수면제를 먹여 목을 조른 수법에 무게가 실린다.
이날 오전 10시쯤부터 3차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이씨는 자신의 범행과 관련해 진술을 이어가고 있다. 전날 이씨 딸(14)이 아버지의 범행을 시인하는 취지로 진술한 데 이어 이씨도 입을 열면서 곧 사건의 실체가 드러날 전망이다.
경찰은 수면제 과다복용으로 의식을 잃었던 이씨가 경찰 조사에서 횡설수설하는 등 진술이 어려워 수사에 난항을 겪어 왔다.
하지만 이씨는 이날 조사에서는 비교적 명확한 진술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이씨 딸은 아버지의 범행을 인정하는 취지로 진술했다.
서울 중랑경찰서 관계자는 전날 이씨 딸이 병원에서 받은 1차 경찰 조사에서 "아빠 이씨의 범행을 시인하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양이 '아빠가 친구에게 전화해서 집으로 오라고 했고 (본인은) 밖에 나가 노래방 등에서 시간을 보내다 왔는데 친구가 죽어 있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이씨가 범행 관련 사실에 대해 진술을 시작하면서 '범인'은 드러나게 됐지만 여전히 '범행 동기'는 오리무중이다.
이 가운데 이씨가 2011년 지적·정신장애 판정을 받은 것으로 확인돼 향후 수사에 미칠 가능성이 주목된다.
이씨 가족과 지인 등의 말을 종합하면 이씨는 8~9년 전 갑자기 쓰러져 스트레스성 뇌출혈 판정을 받은 뒤 치료를 받던 중 장애 판정을 받았다.
한편 지난달 투신한 이씨의 아내를 성폭행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기로 했던 이씨의 계부 B씨(59)는 경찰에 출석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다시 일정을 잡아 소환할 계획"이라며 "오래 전 사건이라 증거가 없어 정황 목격자를 찾고 진술을 듣는 등 수사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지난달 30일 자신의 딸과 초등학교 동창인 A양을 서울 중랑구 자택에서 살해한 뒤 강원도 영월 야산에 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이달 3일부터는 은신처인 서울 도봉구 한 주택에서 지내다가 5일 경찰에 검거됐다. 검거 당시 이씨 부녀는 수면제 과다 복용으로 의식을 잃은 채 쓰러져 있었다.
이씨는 딸과 함께 유서형식의 동영상을 남겨 피해자의 죽음이 '사고'였다고 주장했다. 영상은 정황상 피해 학생의 시신을 유기한 뒤 딸과 동반자살을 시도하기 전 촬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씨는 '어금니 아빠'라는 별칭으로 대중에 알려졌다. 얼굴 뼈가 계속 자라는 희소병 '거대 백악종'을 앓는 딸 치료비를 모금했는데 이때 사용한 별칭이다. 이씨 역시 같은 병을 앓다 치아 중 어금니밖에 남지 않아 이 같은 별명을 사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