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사려면 '연차' 써야 되나요?…바쁜 직장인들 한숨

남형도 기자
2020.03.03 11:07

지하철·버스 이용시 '마스크' 필수, 약국 갈 시간 없어 허탕만

3일 오전 8시, 서울 시내 한 약국 안. 정장 차림을 한 남성이 들어와 "마스크 살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약사는 "오전 11시에 오라"고 했다. 남성이 다시 "11시엔 살 수 있느냐"고 묻자 약사는 "장담할 수 없다"고 짧게 답했다.

이 남성은 기자에게 "출근길에 사려고 들렀는데, 며칠째 허탕만 치고 있다"며 "직장인은 마스크 사기가 너무 힘들다"고 했다.

정부가 개당 1500원씩 판매하는 '공적 마스크' 공급에 나섰지만 여전히 구하기 힘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출·퇴근 때문에 시간을 자유롭게 쓰기 힘든 직장인들은 불만이 더 크다. 1인 5장씩 살 수 있단 방침도 현실에선 2~3장만 살 수 있는 등 동떨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직장인들 언제 줄서라고…

원치 않아도 바깥에 나갈 수 없는 직장인들은 출·퇴근시 짬을 내는 정도로는 마스크를 도저히 살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직장인 최원광씨(31)는 출근 시간이 오전 8시30분이다. 아침엔 문을 연 동네 약국이 없어, 점심 시간을 활용해 직장 근처 약국을 돈다. 하지만 열이면 열 곳 다 "마스크가 없다"는 대답만 했다. 언제 들어올지 알 수 없단 얘기도 들었다. 최씨는 "마스크를 사고 싶은데, 연차라도 써야 하나 싶다"고 했다.

직장인 이소정씨(25)도 사정은 비슷하다. 그는 출근 시간이 9시에, 일찍 여는 동네 약국이 있어 출근할 때마다 들러 마스크가 있냐고 물어본다. 하지만 일주일째 허탕만 쳤다. 이씨는 "약사에게 물어보니 줄을 서야 살 수 있다더라. 직장인이 그럴 시간이 어딨느냐"며 한숨만 쉬었다.

버스·지하철 매일 타는데…"무섭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수록 불특정 다수와 만나야 하는 직장인들 공포는 더 커지고 있다. 특히 버스나 지하철 등으로 출근과 퇴근을 해야하는 이들은 더 그렇다.

회사가 여의도인 직장인 차모씨(29)는 주차장이 마땅찮아 출퇴근을 지하철로 하고 있다. 가는 시간도 하필 붐비는 시간이라, 원치 않아도 접촉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러니 마스크를 쓰는 게 필수다. 차씨는 "매일 집 밖을 나갈 수밖에 없는 직장인들은 마스크 사기 어렵고, 집 안에 있어도 되는 이들만 구할 수 있게 하는 게 아이러니 하다"며 쓴 웃음을 지었다.

회사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하는 서정현씨(41)도 "대면 업무가 많아 마스크를 밥 먹을 때 빼고 늘 쓰는데, 이제 5개 밖에 안 남아서 면 마스크라도 써야하나 고민 중"이라고 했다.

실제 코로나19 확진자들 중 지하철 등 대중 교통을 들르는 사례도 많다. 천안 코로나19 확진자는 지하철 7호선, 1호선 등을 이용했고, 수원 11번째 확진자도 수원역 등을 이용했다.

직장인들은 그들에게도 마스크 수급을 위한 시간을 마련해달라고 호소했다. 직장인 오현석씨(33)는 "동주민센터서 세대별로 마스크를 배급하거나, 가능한 시간대를 마련해달라"며 "사각지대가 없는지 면밀히 살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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