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뉴스1) 이승환 기자,원태성 기자,이밝음 기자 = 호우와 산사태가 휩쓸고 간 자리는 폐허로 남았다. 지난 주말 약 1시간 동안 104㎜ 수준의 큰비가 집중된 경기도 안성 곳곳은 사실상 초토화됐다.
주민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들에게 재난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주민들은 "앞으로가 더 문제"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4일 오전 안성시 죽산면 남산마을 도로에는 재해의 흔적이 새겨졌다. 뿌리째 뽑힌 고구마와 호우에 휩쓸린 나뭇가지, 물에 떠내려온 잔해가 가득했다. 쓰레기봉투와 진흙 덩어리도 도로 위를 나뒹굴었다.
죽산면에서 축산농장을 하는 김숙자씨(가명·여·60)는 "피해가 말도 못한다"며 "재산피해만 500만~600만원"이라고 했다. 죽산면 거주 50년, 농장 운영 30년이라는 김씨는 "10년 전에도 비 때문에 도랑이 막혀 넘쳤다"면서도 "이번 비는 감당이 안 된다. 올해가 가장 심각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부터 2일 자정까지 최고 약 400㎜에 육박하는 폭우가 쏟아졌고, 이 기간 1시간 동안 가장 많은 비가 쏟아진 곳은 경기 안성 일죽면이었다. 2일 오전 7시부터 1시간 동안 104㎜ 수준의 집중호우가 이곳에 들이닥쳤다.
일죽면 화봉리 한 양계장의 3개동 가운데 2개동은 무너져 내렸다. 나머지 1곳만 형체를 알아볼 정도였다. 양계장 입구에는 붉은색으로 '방역 출입금지'라고 적힌 차단 바가 설치됐다.
인근 주택 건물은 쓰러질 것처럼 기울어졌다. 산사태와 폭우가 휩쓸고 간 흔적이었다. 일죽면 농장주 원재훈씨(가명·50대)는 "앞으로 복구 작업만 수개월이 걸릴 것"이라며 "아직 피해 보상 액수도 산정이 안 됐다"고 말했다.
원씨의 돼지 농장 입구에는 토사물이 가득했다. 그의 돼지 농가 14개동 가운데 위쪽에 자리 잡은 4개 동은 토사물에 잠긴 상태였다. 그가 관리한 돼지 7000마리 중 400마리는 죽거나 사라졌다.
원씨는 "흙이 축사 전체를 뒤덮었다"며 "비가 오든 안 오든 피해 복구를 해야 하는데 앞날이 암담하다"고 했다.
언론은 "하늘이 뚫린 주말"이라고 보도했다. 지난 주말 집중된 호우로 화봉리 양계장 내 조립식 패널건물이 붕괴됐다. 건물이 무너지는 과정에서 이곳 양계장 운영자 A씨(58)가 끝내 숨을 거뒀다.
황순석씨(82)는 고인이 된 A씨를 두고 "착실한 사람이었다"고 떠올렸다. 목엔 붉은색 수건을 두른 황씨는 양계장 인근에서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앞으로 '물벼락' 소식이 또 들이닥치면 황씨는 현실을 원망할 수밖에 없다. 황순석씨는 "지금도 심각한데 앞으로 비가 더 오면 우리 논은 어떻게 하느냐"고 소리쳤다.
60대 여성 윤모씨도 앞으로가 더 걱정이었다. 안성시 죽산면에 몰아친 호우 여파로 윤씨의 자녀는 "빗소리만 들어도 경기를 일으킨다"고 한다. 죽산면 주민인 윤씨의 남편이 6개월 전에 구입한 차량은 폐차됐다.
윤씨는 "나무가 집을 뚫고 지나갔다"며 "피해가 이루 말할 수 없는데 시에서 제대로 보상해줄지 모르겠다"고 호소했다.
"복구 작업이 더디다"는 한숨 소리도 현장에서 나왔다. 서울에 사는 김철수씨(가명·40대)는 전날 부친이 사는 일죽면 화봉리를 찾았다.
부친 집에 온 첫날, 김씨가 본 풍경은 양계장 복구 작업이었다. 그는 "차량 여러 대가 어제 와 복구 작업을 한 것 같은데 복구가 제대로 됐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부친이 많이 힘드신 것 같다"고 걱정했다.
지역 주민 유모씨(73)는 격앙된 목소리로 피해 발생 당시를 설명했다.
"일요일 오전 7시인가 8시 사이였을 거예요. 돌아가신 분(양계장 운영자) 안주인 되는 사람이 옷도 제대로 못 입은 상태로 우리 집으로 들어와 '남편이 깔려있다' '도와달라'고 외쳤어요. 윗집에 사는 사람은 바로 양계장으로 달려갔고, 나는 지역주민들에게 전화했습니다."
양계장에서 70m쯤 떨어진 주택에 거주한다는 유씨는 "이곳에 집짓고 산 지 10년 만에 이런 피해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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