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체육대학(체대) 입시 준비생들은 척추를 망가뜨린다. 체대 실기 평가 항목인 윗몸일으키기(싯업) 점수를 높여갈수록 자신의 척추는 더 망가진다. 수험생들은 대학 진학을 위해 고통을 어쩔 수 없이 감내해야한다고 말한다.
26일 교육계에 따르면 2025학년도 정시모집에서 서울 주요 22개 대학(여대 포함) 중 체육·스포츠 학과 실기 전형에 윗몸일으키기를 반영한 곳은 △건국대 △국민대 △숭실대 △광운대 △성신여대다.
국민대 체대는 남자 수험생이 1분 안에 77개 이상을 수행해야 만점을 받을 수 있었다. 이어 △2등급 76개 △3등급 75개 △4등급 74개 △5등급 73개 순이었다. 여자 수험생은 △1등급 73개 이상 △2등급 72개 △3등급 71개 △4등급 70개 △5등급 69개 등 순이었다. 만점을 받으려면 1초에 1개 이상을 해야 한다. 나머지 대학의 등급별 기준도 대부분 비슷했다.
윗몸일으키기는 복근 강화에 좋은 운동으로 알려졌지만 체대 시험처럼 빠르고 반복적으로 할 경우 척추 건강을 오히려 망치는 주범으로 꼽힌다. 힘 전달이 잘못되면 척추뼈 사이의 디스크가 뒤편에 있는 신경을 눌러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허리가 약한 사람은 근육이 세게 수축하면서 디스크 속 압력이 높아져 허리디스크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체육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수험생들은 척추에 부담이 크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서울시 종로구의 한 체육 입시학원에서 만난 예비 수험생들은 "허리에 부담이 많이 가서 아프기 때문에 다른 종목으로 대체되면 좋겠다", "기초체력에 도움은 되겠지만 최선의 방법인지는 잘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심지어 허리디스크를 앓는 수험생도 허리 건강에 나쁘다는 걸 알면서도 윗몸일으키키 연습을 강행하고 있었다.
대학들은 한 번 정한 실기 종목은 바꾸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교 관계자는 "만점 기준은 조정할 순 있어도, 한 번 정해진 종목을 바꾸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하지만 성신여대는 내년 입시부터 윗몸일으키기 종목을 제외하기로 했다. 한국체육대학교, 중앙대학교 등 이미 다른 대학들은 윗몸일으키기를 입시 종목에서 없앴다.
경찰 등 체력이 중요한 국가기관에서도 체력시험에서 윗몸일으키기 평가를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경찰청은 척추 통증을 유발하는 윗몸일으키기에 대한 반대 여론이 확산하자 이를 대체할 방안을 찾기 위해 연구용역 의뢰를 맡기기로 했다.
전문가들도 윗몸일으키기 외에 복근 힘을 측정할 수 있는 대체 운동이 많다고 했다. 이주강 가천대학교 길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플랭크 등 부상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종목으로도 충분히 복근 힘을 측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