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 지역경제는 괴물 산불에 휩싸인 상처를 회복하지 못했다. 불탄 농경지에서는 대표 작물인 마늘을 비롯한 작물이 제대로 자라지 않아 피해가 이어지고 있고, 관광지는 산불 이후 관광객 발길이 끊겼다.
4일 의성군에 따르면 지난 3월 발생한 경북 산불로 마늘·고추 등 농작물 면적 490ha(헥타르)가 불에 탔다. 서울 여의도의 약 1.7배에 달하는 규모다. 여기에 농기계 4553대가 불에 타고 농축산시설 462곳이 파손되는 등 피해액만 490억원에 달한다.
김영길 의성군농협 이사장은 "의성의 대표 농산물인 마늘은 직판장에 들어오는 물량만 봐도 산불로 생산량이 크게 줄었다"며 "농기계도 대부분 고장나 농민들이 밭일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역 주민 절반 이상이 농업에 종사하기 때문에 지역 경제가 제자리를 찾지 못할까 봐 걱정이 크다"며 "농민들이 소비를 해줘야 작은 동네 상권이 돌아가는데 지금은 그럴 여력이 없다"라고 했다.
경북 안동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안동시청에 따르면 이번 산불로 농가 피해 면적은 820ha, 피해액은 796억원이다. 주산품인 사과 재배지 702ha가 불에 타면서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농기계 9987대와 농업시설 2761곳도 파괴됐다.
안동 농민 함원호씨는 "작물을 심긴 했지만 제대로 자라지 않아 농사를 망쳤다"라며 "결국 내년을 기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주변에 사과나 떫은 감을 재배하는 농가들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며 "꽃도 피기 전 묘목이 불에 타버려 다시 심고 열매가 열리기까지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라고 했다. 농민들은 시에서 보조금을 지원받긴 했지만, 피해를 원상복구 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지난 3월 산불로 의성·안동 등 경북 지역에서 농어업시설과 농작물, 가축 등이 피해를 입었고 피해액은 총 1672억2100만원이었다.
관광업 의존도가 높은 안동은 산불 이후 발길을 끊은 관광객 탓에 어려움에 빠졌다. 지역경제를 지탱하던 손님들이 사라지자 도심과 시장은 활기를 잃은 채 썰렁한 모습만 남았다.
지난달 16일 찾은 안동 북문시장은 점심시간인데도 썰렁했다. 한창 손님이 몰려야 할 때였지만 한 식당 주인은 가게 문을 닫고 하루 영업을 마무리했다. 인근 식당 주인 황모씨는 "손님이 오지 않아 문을 열어도 의미가 없다"라고 말했다.
관광 명소인 안동 찜닭 거리도 식당 내부엔 빈자리로 가득해 한산한 모습이었다. 찜닭집을 운영하는 김종현씨(46)는 "산불로 안동이 재난 지역으로 선포되면서 단체 예약이 모두 취소돼 한동안 힘들었다"라며 "외지인들이 거의 찾아오지 않아 매출이 크게 줄었다"라고 말했다.
안동문화관광단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6월 안동을 찾은 관광객은 총 13만7965명으로 집계됐다. 내국인이 13만7598명, 외국인은 367명이었다. 전년 동기 대비 내국인은 5.8%, 외국인은 77%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