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격 체포' 됐다 풀려난 이진숙…"경찰 폭력행태"vs"적법성 인정"

김미루, 이현수 기자
2025.10.04 21:03

법원,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 석방 명령… 체포 2일 만에 석방

공직선거법·국가공무원법 위반 등 혐의로 체포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4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체포적부심에 출석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경찰에 전격 체포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법원 결정으로 석방됐다. 방통위 폐지로 이 전 위원장이 자동 면직된 지 하루 만에 체포를 단행한 경찰은 무리한 강제수사를 펼쳤다는 책임론에 휩싸였다. 결과적으로 경찰이 이 전 위원장에 대한 대면조사를 실시하면서 수사 절차를 상당히 진척한 측면도 있다.

법원 "현단계에선 체포 필요성 없다"

서울남부지법 김동현 영장당직 부장판사는 4일 오후 이 전 위원장 측에서 제기한 체포적부심 청구에 '인용' 결정을 내렸다. 체포적부심은 수사기관에 체포된 피의자가 법원에 석방을 검토해달라고 요청하는 제도다.

김 부장판사는 "변호인이 제기하는 일부 의문점에 충분한 경청의 필요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체포의 적법성 자체를 부정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다만 헌법상 핵심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을 이유로 하는 인신구금은 신중히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미 상당한 정도로 피의자에 대한 조사가 진행됐고, 사실관계에 대한 다툼이 없어 추가 조사 필요성도 크지 않다는 점, 심문 과정에서 피의자가 성실한 출석을 약속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해볼 때 현 단계에서는 체포의 필요성이 유지되지 않는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앞)이 4일 오후 서울 영등포경찰서에서 석방돼 귀가하고 있다. 이날 체포적부심사 심문을 진행한 법원은 이 전 위원장의 청구를 인용했다. /사진=뉴스1.

이 전 위원장은 이날 오후 6시45분쯤 서울 영등포경찰서 유치장에서 석방됐다. 이 전 위원장은 "이재명 검찰과 이재명 경찰이 채운 수갑을 그래도 사법부에서 풀어줬다"며 "전직 기관장이었고 장관급 기관장이었는데 경찰의 사실상 폭력적인 행태를 접하고 보니까 일반 시민들은 과연 어떨까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이 만약 수사권과 함께 기소권까지 가지게 되면 일반 시민들에게 어떤 피해가 갈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 시간"이라며 "대통령 주권국가에서는 대통령의 뜻에, 대통령 비위를 거스르면 당신들도 법정에, 구치소에, 또 유치장에 갈 수 있다는 상징과 함의"라고 주장했다.

'수갑' 차고 압송된 이진숙… 경찰 "수차례 출석요구 불응"

영등포서는 지난 2일 오후 4시쯤 이 전 위원장을 서울 주거지 인근에서 체포했다. 국가공무원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수사를 위한 출석 요구에 여러 차례 불응했다는 이유에서다. 이 전 위원장은 수갑을 찬 채 영등포서로 압송됐다. 그는 취재진과 만나 "방통위를 없애는 것도 모자라 수갑을 채우는 거냐"며 "민주당은 상상하지도 못한 모든 일을 하는 집단"이라고 규탄했다.

경찰은 이 전 위원장 6차례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반면, 이 전 위원장 측은 정식 출석 요구는 단 1차례였고 국회 필리버스터 일정으로 불출석사유서를 제출했다고 반박했다. 이 전 위원장 체포영장은 검찰(서울남부지검)에서 두 차례 반려됐다가 세 차례 시도 만에 발부됐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해 9~10월, 올해 3~4월 보수 유튜브 채널과 자신의 페이스북 등을 통해 정무직 공무원으로 정치적 중립에 위배되는 발언을 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방통위 기능 마비가 더불어민주당 책임이라는 등 민주당과 당시 이재명 대표를 직격한 발언이 대통령선거에서 이재명 민주당 후보 당선을 막으려는 사전 선거운동으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리수' 비판 직면한 경찰… 적법성 인정, 진술 확보 성과
공직선거법·국가공무원법 위반 등 혐의로 체포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 2일 서울 영등포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 전 위원장이 석방되면서 경찰은 무리수를 던진 게 아니냐는 비판 여론에 휩싸였다. 체포 시점부터 정치적 의도가 깔렸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방통위 폐지 및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설치로 이 전 위원장의 방통위원장 직책이 자동 면직된 지 하루 만에 체포를 단행했다. 정치적 파장이 상당할 수밖에 없는 강제수사 절차를 추석연휴 전날 집행한 점도 의아스러운 행보다. 이 전 위원장 석방으로 구속영장 청구를 신청할 수 있는 단계로 나아가지 못했다.

다만 김 부장판사가 체포 절차상 적법성을 인정했고, 체포영장 집행의 명분이었던 이 전 위원장 대면조사 실시로 수사 진척이 이뤄진 점은 성과다. 김 부장판사는 "피의사실 중 선거법 위반의 점에 대한 공소시효가 다가오고 있어 피의자를 신속히 소환조사할 필요를 인정할 수 있다"고 했다. 경찰은 2~3일 이 전 위원장을 두 차례 조사했다. 주요 혐의 사실에 대한 이 전 위원장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된다. 검찰 송치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절차상 토대를 마련했다.

경찰은 이 전 위원장 석방 결정을 존중한다며 체포 집행의 '적법성'을 강조했다. 경찰 관계자는 "법원은 수사의 필요성과 체포의 적법성은 인정되지만, 체포의 필요성 유지, 즉 체포의 계속성이 인정되지 않아 석방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