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나면 화르륵… 핫플 덮은 불법 현수막

박상혁 기자
2026.02.04 04:05

성수동 연무장길 일대 옥외광고물 상당수 위법
팝업매장 홍보위해 건물외벽 전체 래핑 감행도
건물주, 과태료 내도 짭짤한 광고비에 '모르쇠'

서울의 대표적 '핫플레이스'로 자리잡은 성수동 연무장길 일대에 설치된 대형 현수막과 '래핑(wrapping) 광고물'의 상당수가 불법 옥외광고물인 것으로 나타났다. 과태료를 부담하더라도 광고수익이 높아 불법설치를 감행하는 관행이 이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성동구청에 따르면 성수동 일대 불법 옥외광고물 적발건수는 △2023년 49건 △2024년 67건 △2025년 164건으로 증가세다. 부과된 과태료·이행강제금도 2023년 2억9559만원에서 지난해 4억5986만원으로 늘었다.

현행법상 연무장길 일대 옥외광고물 대부분은 불법이다. 서울시 옥외광고물 조례에 따르면 벽면 현수막은 백화점·대형마트 등 대규모 점포나 연면적 1만㎡ 이상 건물에만 설치할 수 있다. 연무장길 일대 상가는 대부분 저층·소규모라 해당하지 않는다.

광고면적과 크기, 창문·출입문 가림 여부 등 규제도 엄격하다. 다만 연무장길 일대 상당수 광고물은 면적·설치위치 등에서 기준을 벗어난 상태다. 아크릴 등의 소재로 창문을 감싸는 래핑광고로 기준을 위반한 곳들도 있다.

성동구청 관계자는 "현장순찰을 통해 불법광고물에 과태료와 시정명령을 내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불법은 이어진다. 불법인 줄 알면서도 감행하는 것은 광고효과 때문이다. 전날 기자가 찾은 연무장길 일대 상가들은 건물 상층부와 유리창이 옥외광고물로 뒤덮여 있었다. 팝업스토어가 몰리며 청년층 사이에서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이후 유동인구와 SNS(소셜미디어) 노출효과를 노린 광고수요가 급증한 영향이다.

실제 현장에서는 매장 관계자들이 창문에 래핑광고물을 붙이거나 현수막을 내거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골목 한편에는 지난달 31일 개점한 화장품 팝업스토어도 있었다. 매장 관계자는 "오픈 초기인 만큼 홍보를 위해 건물 외부를 전부 광고로 래핑했다"며 "손님들 기억에 확실히 남기 위해선 이 정도는 해야 한다"고 말했다.

건물주들에겐 짭짤한 가외수입이 된다. 광고대행업자 A씨는 "광고비를 책정할 때도 과태료 비용을 포함해 계산한다"며 "불법인 줄 알지만 건물주는 광고수익을 얻고 과태료는 자릿세 정도로 여긴다"고 말했다. A씨는 건물주가 통상적으로 받는 광고수입은 500만원에서 2000만원선이라고 설명했다. 과태료를 부과하기 전 계도기간이 있어 계도기간에만 옥외광고를 설치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성동구청 관계자는 "관리방안 개선을 위한 연구도 병행 중"이라고 했다.

불법 옥외광고물은 대형화재로도 이어질 수 있다. 건물이 밀집한 지역특성상 현수막에 불이 붙을 경우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부 교수는 "합성섬유 현수막과 아크릴 소재 래핑광고물은 불이 잘 붙는 성질로 화재에 노출되면 단시간에 크게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난방수요가 많은 동절기에 조명사용이나 식당의 LPG(액화석유가스)까지 겹치면 위험성이 크다"고 했다.

이 교수는 "광고물들을 한 번에 철거하기 어려운 만큼 위험성에 대한 교육과 함께 건물주·업주 차원의 책임인식, 행정적 관리방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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