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로 꽁꽁, 아빠 짐 속에 시신이"...12년 전 사라진 엄마였다[뉴스속오늘]

류원혜 기자
2026.02.15 06:00
[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2011년 2월 15일 이씨가 서울 용산경찰서로 압송되던 모습./사진=뉴시스

2011년 2월 15일 오전. 12년 전 아내를 살해하고 시신을 상자에 넣어 자택에 보관해 온 50대 남성 이모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뒤늦게 시신을 발견한 딸이 경찰에 신고한 지 사흘 만이었다.

흉기 살인으로 이어진 부부싸움의 발단은 이사를 할지 말지 결정하는 문제였다. 딸은 짐 정리하다 발견한 상자를 뜯어보기 전까지 어머니가 가출한 것으로 알고 있었다.

이사 가기 싫어한다고…말다툼하다 아내 흉기 살해
/사진=SBS 뉴스

사건은 1999년 6월 19일 밤 11시쯤 발생했다. 당시 이씨 부부는 이사 문제로 말다툼을 벌였다. 서울 성동구에 살던 이들은 다음날 용산구 한 다세대주택 1층 단칸방으로 거처를 옮길 예정이었다. 하지만 아내는 "왜 더 좁은 집으로 가냐"고 버티며 이사를 거부했다.

격분한 이씨는 흉기로 아내 목 부위를 여러 차례 찔러 살해했다. 이후 시신을 약 1m 높이 상자에 넣고 비닐과 단열재 등으로 감싸 밀봉했다.

아침이 밝자 이씨는 예정대로 이사를 진행했다. 시신이 담긴 상자도 이삿짐에 묻혀 새집으로 옮겨졌다. 이씨는 아내 행방을 묻는 이웃들에게 "몸이 아파 병원에 있다"고 둘러댔다.

이씨는 당시 8살이던 딸을 혼자 두고 생계를 위해 전국을 떠돌며 일용직을 전전했다. 집에는 한 달에 한두 번만 찾아왔다. 어린 딸은 어머니 시신과 12년간 함께 살아야 했다.

꽁꽁 싸여 있던 상자 속 어머니 시신…남편 이씨, 징역 10년
2011년 2월 15일 이씨가 서울 용산경찰서로 압송되던 모습./사진=뉴시스

어느덧 스무살이 된 딸은 2011년 2월 12일 이사를 하기 위해 남자친구와 짐을 정리하던 중 유난히 무거운 상자를 발견했다. 그동안 아버지 물건이라고 생각해 열어보지 않았지만, 이상함을 느낀 딸은 상자를 뜯기 시작했다.

비닐로 10겹 이상 싸여 있던 상자 안에서는 얼굴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부패가 심하지 않은 여성 시신이 발견됐다. 얼굴과 목 부위에 흉기로 찔린 흔적도 남아 있었다. 딸은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고, 지문 감식 결과 시신은 어머니로 확인됐다.

딸은 경찰 조사에서 "이사 오기 전 아버지가 상자를 테이프로 밀봉하는 모습을 본 기억이 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이씨를 용의자로 특정하고 체포 영장을 발부받았고, 경기 부천시 지인 집에 숨어 있던 이씨를 사흘 뒤 검거했다.

이씨는 범행을 자백하며 "겁도 나고 숨진 아내에게 미안해서 시신을 처리하지 못했다. 영원히 보관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사건이 알려지자 피해자가 12년간 실종 상태였음에도 다른 가족들이 의문을 갖지 않은 것에 대한 지적이 제기됐다. 피해자와 가족들은 경제적 문제 등으로 연락을 끊고 살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살인과 사체은닉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같은 해 4월 서울서부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김종호)는 "피고인이 아내를 살해한 뒤 일반인이 생각하기 어려운 방법으로 포장하고 사체를 손괴해 은닉한 점과 딸, 보도를 접한 지인들 심정 등을 고려하면 중형 선고가 불가피하다"며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이씨는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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