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 앞바다에 최루탄 박힌 시신…'득표율 115%' 3·15 부정선거의 끝[뉴스속오늘]

박효주 기자
2026.03.15 06:00
[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찢겨진 자유당 정부통령 선거벽보. /사진=3.15의거기념사업회(기증)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1960년 3월15일 치러진 제4대 대통령·부통령 선거는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가장 악명 높은 부정선거로 기록된다. 당시 집권 세력이었던 이승만 정권은 권력 유지를 위해 선거 과정 전반에 개입했다. 이는 거센 시민 저항을 촉발했고 결국 정권 붕괴로 이어졌다. 한국 정치사에서 부정선거 논란은 여러 차례 제기됐지만 정권을 무너뜨린 사례는 3·15가 유일하다.

"법은 나중, 당선부터"…선거 개입한 자유당

부정 선거 핵심은 대통령보다는 부통령 결과였다. 당시에는 대통령이 사망하거나 직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될 경우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승계하는 구조였다.

4대 대선에서 자유당 이승만은 사실상 경쟁자가 없는 상태였지만 부통령 후보였던 이기붕은 민주당 장면과 접전을 벌였다. 장면이 당선되면 대통령 유고 시 정권이 민주당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자유당 내부에서 제기됐고 이후 조직적인 부정선거가 준비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주도했던 이는 내무장관 최인규였다. 최인규 후일 재판 판결문 기록을 보면 그가 "어떠한 비합법적인 비상수단을 사용하여서라도 이승만 박사와 이기붕 선생이 꼭 당선되도록 하라. 법은 나중이니 우선 당선시켜 놓고 보아야 한다"며 부정선거를 기획했음이 드러난다.

부정선거 방식은 갖가지 방법이 총동원됐다. 투표함의 40% 정도를 이승만, 이기붕으로 기표된 표로 미리 채워놓고 시작하는 것부터, 투표함 바꿔치기, 유권자와 함께 투표소에 들어가 특정 후보에게 투표하도록 압박하는 '동행 투표' 등이 자행됐다.

개표 과정에서 투표함을 몰래 바꾸거나 고의적인 무효표 만들기 등 방법도 동원됐다.

마산 앞바다에 떠오른 최루탄 박힌 시신…4·19 촉발
/사진=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부정선거 여파는 투표 결과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일부 지역에서는 자유당 이기붕 득표율이 99%에 달했고 다른 지역에서는 투표수가 유권자 수를 넘는 115% 득표율이 나오기도 했다.

결국 전국 곳곳에서 반발이 터져 나왔고 그중 가장 먼저 들끓은 곳이 경남 마산이었다. 선거 당일 밤 학생과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부정선거 무효"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경찰은 최루탄 발포와 총격으로 강경 진압에 나섰고 이는 약 한달 뒤 더 거센 저항을 불러왔다. 당시 시위에서 실종됐던 마산상고 학생 김주열 시신이 그해 4월11일 마산 앞바다에 떠오른 것이다.

발견 당시 그의 눈에는 최루탄이 박혀 있었고 이 충격적인 장면은 언론을 통해 전국에 알려졌다. 이는 결국 정권을 뒤흔드는 도화선이 됐다.

시민들은 다시 거리로 나왔고 시위는 전국으로 확산됐다. 결국 마산에서 시작된 저항은 학생과 시민들이 중심이 된 대규모 민주화 시위로 이어졌다. 대한민국 현대사 분수령으로 평가되는 4·19 혁명이다.

거센 국민 저항에 이승만 대통령은 같은해 4월 26일 하야를 선언했고 한달 뒤 하와이로 망명했다. 12년간 이어진 자유당 정권도 막을 내렸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2기는 3·15 의거 시위 과정에서 참여자들이 경찰 등 공권력에 의해 총격으로 사망했거나 상해를 입었고, 마산경찰서 등에 불법 연행돼 구금된 상태에서 각종 고문과 폭행 등 인권침해를 당했다는 조사 결과를 냈다. 당시 시민 16명이 숨지고 272명이 다친 것으로 파악됐다.

3·15 강경진압한 경찰…66년만에 사과
김종철 경남경찰청장이 지난 14일 국립 3·15 민주묘지에서 열린 '3·15 의거 희생자 추모제'에서 희생자와 유가족에게 사과하고 있다. /사진=뉴스1(경남경찰청 제공)

3·15 부정선거는 한국 정치사에서 민주주의를 위협한 권력의 남용과 이에 맞선 시민 저항을 동시에 보여준 사건으로 남아 있다. 선거의 공정성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되돌아보게 하는 역사적 교훈으로 지금도 언급된다.

정부는 마산에서 벌어진 시민 항쟁을 기리기 위해 3·15의거를 국가기념일로 지정했고 매년 3월15일이 되면 민주주의를 위해 거리로 나섰던 시민과 학생들을 기리는 추모 행사가 열린다.

경찰은 66년 만에 공식 사과를 했다. 김종철 경남경찰청장이 지난 14일 국립 3·15 민주묘지에서 열린 '3·15 의거 희생자 추모제'에 참석해 유가족과 시민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김 청장은 추도사를 통해 "국민의 생명과 인권을 지켜야 할 경찰이 오히려 물리력을 행사해 수많은 희생을 야기한 잘못을 저질렀다"며 "경찰 조직을 잇는 책임자의 한 사람으로서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

이어 "국민의 생명과 인권을 지키는 사명에 충실하겠다"며 "다시는 경찰의 권한이 잘못된 방향으로 행사되지 않도록 제도를 마련하고 교육을 강화해 가겠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