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울산에서 90여 차례 불을 내 '봉대산 불다람쥐'라 불린 60대 남성이 또다시 대형 산불을 내 검찰에 넘겨진 가운데 범행 동기라고 진술한 '충동 조절 장애'가 심신미약으로 인정될 경우 감형 사유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임흥준 변호사(법무법인 로엘)는 24일 YTN 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 X파일'에 출연해 "'봉대산 불다람쥐'이라 불리는 60대 남성 측 변호인 입장에서 가장 먼저 꺼낼 카드는 심신미약 주장"이라며 "'불을 보면 충동을 참지 못한다'는 진술 자체가 충동 조절 장애, 즉 정신과적 문제가 있다는 걸 시사한다. 정신감정을 신청해서 심신미약이 인정되면 형법 제 10조 제 2항에 따라 형을 감경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어 "자백과 반성을 강조할 것이다. 다만 경찰 조사에서 범행을 인정했기 때문에 다량의 반성문 작성과 제출이 필요해 보인다"며 "피해 규모에 대한 인과관계 다툼도 있을 것이다. 당시 초속 20m의 강풍과 건조한 기상 조건 등 자연환경적 요인이 산불 피해를 키웠다는 주장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60대 남성 A씨는 지난달 21일 오후 함양군 마천면 창원리 한 야산에서 불을 낸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산불은 축구장 328개 면적인 산림 234ha(헥타르)를 태웠고 사흘 만인 같은 달 23일 오후 5시가 되어서야 주불이 진화됐다. 올해 첫 대형 산불로 기록된 함양 산불 외에도 A씨는 지난 1월29일 전북 남원시 산내면과 지난달 7일 함양군 마천면 가흥리 등 총 2차례에 걸쳐 산불을 낸 혐의도 받는다.
경찰은 A씨를 유력 용의자로 보고 수사를 이어오다 CCTV 분석, 압수수색 등으로 증거를 확보한 뒤 검거에 성공했다. 당초 혐의를 부인하던 A씨는 지난 13일 범행을 자백하고 긴급체포됐다. 자백 후 경찰 조사에서는 "최근 뉴스에서 산불 소식을 보면 희열감을 느꼈다"며 "불을 지르고 싶은 충동을 참지 못해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1994년부터 17년 동안 울산 동구 봉대산 일대에서 90차례 넘게 상습적으로 불을 질러 징역형을 선고받고 출소한 '봉대산 불다람쥐'로 확인됐다. 당시 A씨를 붙잡기 위해 3억원의 현상금이 붙기도 했다.
과거 불을 질렀을 당시에도 A씨는 범행 동기에 대해 "불을 보면 희열을 느끼고 불을 지르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고 진술했다. 2011년 검거된 A씨는 2005년부터 2011년까지의 범행 37건으로 기소됐으며 징역 10년을 선고받은 후 2021년에 출소했다. 나머지 범행은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하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 임 변호사는 "심신장애나 정신적 이상으로 인해 재범 위험성이 있는 경우 치료감호시설에서 치료를 받도록 할 수 있다. 실제 방화 사건에서 법원이 치료명령을 함께 선고한 사례들도 있다"며 "본인이 방화벽이 있다고도 하고 10년을 복역했는데도 또 불을 질렀다는 건 형벌만으로는 재범을 막기 어렵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다. 출소 후에도 지속적인 보호관찰과 정신과적 치료가 병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