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식품기업 대상의 임원이 경쟁사들과 손잡고 빵과 음료에 들어가는 핵심 원재료인 전분당(전분 및 당류)의 가격을 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대상 대표 출신 인사가 전분당 제조업체 대표들과 모임을 여러 차례 주선한 정황을 포착, 실무진을 넘어 윗선으로도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16일 법조계와 식품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나희석)는 이날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받는 김모 대상 사업본부장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에 따르면 김 본부장은 경쟁 업체인 사조CPK·삼양사·CJ제일제당 등 3개사 임원들과 전분당 판매가격을 사전에 조율하고 OB맥주·서울우유 등 대형 수요처를 상대로 한 입찰 과정에서 가격을 미리 합의해 시장 경쟁을 제한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김 본부장이 업계 시장 점유율 1위 업체인 대상의 핵심 실무 책임자로서 장기간 이어진 담합 과정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에 검찰은 지난달 김 본부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고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은 담합의 큰 그림을 그린 것으로 의심되는 윗선에 대한 수사도 이어가고 있다. 검찰은 지난주 공정거래위원회에 대상 대표 출신 인사에 대한 고발요청권을 행사했다. 검찰은 해당 인사가 4개 업체 대표들의 모임을 여러 차례 주선하며 담합을 주도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거래법상 일부 담합 사건은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 기소할 수 있다.
검찰은 또 각사 팀장급 실무진들이 수시로 접촉하며 가격 인상 폭과 시기 등 세부 사안을 논의한 정황까지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사조CPK와 삼양사 고위급 임원들은 수사 과정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날 구속기소된 김 본부장의 상급자인 임모 대상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두 차례 청구했지만 법원이 방어권 보장의 필요성 등을 이유로 모두 기각했다. 임 대표는 혐의를 줄곧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실무 책임자는 구속됐지만 대표이사가 구속을 피한 것은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처럼 비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한편 검찰은 전분당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는 대상 등 4개 사가 지난 8년 동안 10조1000억원 규모의 담합을 벌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식료품 분야 가격 담합 사건 중 역대 최대 규모로 꼽힌다.
전분당은 과자와 빵·음료·소스·아이스크림 등 여러 가공식품에 들어가는 핵심 원료다. 이 원재료 가격이 오르면 먹거리 물가에 큰 영향을 준다. 가격 인상 과정에서 담합이 이뤄지면 소비자와 납품업체는 선택권을 잃고 시장 가격이 왜곡되기 때문에 정부는 담합 사건을 민생과 직결된 중대 담합 사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공정거래조사부는 앞서 6조원대 밀가루 담합 사건과 3조원대 설탕 담합 사건도 수사한 바 있다. 현재는 여기어때·야놀자 등 숙박 플랫폼의 중소상공인 상대 갑질 의혹과 4대 정유사의 유가 담합 의혹 등 주요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도 수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