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식이법'도 못 막았다…지난해 스쿨존 사고, 3년새 최다

박상혁 기자
2026.05.03 06:20
연도별 전국 어린이 보호구역 내 어린이 교통사고 종류 및 현황/그래픽=김지영 디자인기자.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발생한 어린이 교통사고가 지난해 900건을 넘기며 최근 3년 중 최대치를 기록했다. '민식이법' 시행으로 처벌이 강화됐지만 사고는 오히려 늘어난 셈이다. 전문가는 사고를 실질적으로 줄이기 위해 운전자 인식 개선과 도로 환경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3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스쿨존 내 어린이 교통사고는 927건으로 집계됐다. 2023년 486건, 2024년 526건과 비교해 두 배에 가까운 규모다. 사상자(사망·부상)도 1000명을 넘기며 최근 3년 중 가장 많았다. 2023년은 523명, 2024년은 556명이었다.

지난해 발생한 사고를 형별로 살펴보면 '안전 운전 불이행'이 412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보행자 보호 의무 위반 232건, 신호위반 148건, 중앙선침범 14건, 기타 121건 등 순이었다. 스쿨존 내 음주 운전 사고도 2025년 10건(사상자 16명)으로 2023년(7건·10명), 2024년(2건·3명)보다 늘었다.

사고는 하교 시간대에 집중됐다. 한국도로교통공단 2020~2024년 어린이보호구역 교통사고 사상자 통계를 시간대별로 분석한 결과, 학원 이동 등이 집중되는 오후 4~6시 사상자가 757명으로 가장 많았다. 수업을 마치고 하교하는 오후 2~4시는 647명으로 뒤를 이었다.

학부모들은 불안감을 호소했다. 하교 시간대에 직접 아이를 데리러 나오는 경우도 많았다. 보호자 길용수씨(68)는 "스쿨존 교통 안전시설이 잘 갖춰지면서 예전보다 걱정은 덜 하지만 여전히 불안하다"며 "오후 4시 전후로 학원 차량이 위험하게 운행하는 경우가 많아 초등학교 1학년 손녀를 매일 데리러 나온다"고 했다.

또 다른 학부모 정모씨(47)는 "교통 도우미와 안전시설이 늘어 걱정이 덜하긴 하지만 여전히 불안해 매일 데리러 다닌다"며 "하교 직후 학원 차량 운행이 이어지는 만큼 운전자들이 더 주의를 기울이고 보행자 보호 의무를 철저히 지켜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2020~2024년 시간대별 어린이보호구역 내 사상자(사망+부상) 통계/그래픽=김지영 디자인기자.
민식이법' 이후에도 늘어나는 사고…해법은 인식 개선
지난 29일 서울 송파구 문정동의 한 초등학교 스쿨존에서 시민들이 횡단보도를 지나고 있는 모습./사진=박상혁 기자.

스쿨존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한 제도적 장치는 꾸준히 보강돼 왔다. 2019년 충남 아산에서 어린이가 숨진 사고를 계기로 2020년 '민식이법'이 시행됐고, 신호등과 과속단속카메라 설치 의무화와 처벌 강화 등이 뒤따랐다. 경찰도 등·하교 시간대 집중 단속과 순찰 확대, 음주운전 단속 등을 병행하고 있다. 그러나 사고 건수와 사상자가 늘면서 제도와 단속 중심의 대책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민식이법을 통해 어린이보호구역 내 안전운전 의무 위반으로 인한 사고에 대해 가중처벌 규정이 이미 마련돼 있다"며 "속도위반 등에 대해서도 과태료와 범칙금이 부과되는 등 처벌 체계는 갖춰진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스쿨존에 대한 경각심이 여전히 낮아 운전자들이 이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며 "사고 상당수가 인지하지 못해 발생하는 만큼 이를 줄일 수 있는 대책이 마련돼야 하고, 도로 구조 개선이나 속도 초과 시 경고음·음성 안내 등 기술적 보완도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교통약자보호구역 위반 시 과태료/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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