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자녀이름 한자, 인명용 제한 합헌"…4명 반대의견

오석진 기자
2026.05.03 12:00
헌법재판소 청사. /사진=뉴스1

출생신고 때 자녀 이름에 사용할 수 있는 한자를 대법원규칙상 인명용 한자로 제한하는 현행 규정은 헌법에 부합한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다만 반대의견도 4명으로 팽팽히 맞섰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지난달 29일 A씨가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 제3항 등이 부모의 자녀 이름을 지을 권리를 침해한다며 낸 헌법소원에서 재판관 5대4 의견으로 심판청구를 기각했다.

현행 가족관계등록법에 따르면 자녀의 이름에는 한글 또는 통상 사용되는 한자를 사용해야 한다. 한자의 범위는 대법원규칙으로 정해진다. 가족관계등록규칙은 이에 따라 교육부가 정한 한문교육용 기초한자와 별표에 기재된 한자 등을 인명용 한자로 규정하고 있다.

A씨는 딸의 이름을 '래O'로 정해 출생신고를 했다. 그러나 담당 공무원은 이름에 사용된 한자 '래'가 인명용 한자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가족관계등록부에 자녀의 이름을 한글로만 기재했다.

A씨는 자녀 이름에 사용할 수 있는 한자의 범위를 제한하는 규정이 부모의 자녀 이름을 지을 자유를 침해한다며 2023년 2월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재판관 5대4 의견으로 A씨 청구를 기각했다. 헌재는 2016년에도 실질적으로 같은 내용의 조항이 자녀의 이름을 지을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바 있다.

헌재는 자녀 이름이 사회생활의 기초가 되는 만큼, 가족관계등록부에는 사회 구성원들이 실제로 읽고 사용할 수 있는 문자로 등록될 필요가 있다고 봤다. 한자는 수가 방대하고 범위가 불분명해 전산시스템에 등록하기 위해서는 사용할 수 있는 한자의 범위를 미리 정해둘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헌재는 대법원이 수년마다 규칙 개정을 통해 인명용 한자를 늘려왔고, 2016년 선례 이후에도 1000여 자가 추가돼 현재 9389자에 이른다는 점도 고려했다. 또 인명용 한자가 아니더라도 사적으로는 사용할 수 있고 이후 인명용 한자로 추가되면 개명이나 출생신고 추후보완신고를 통해 등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한자 이름의 신분 식별 기능과 한자의 사회적 비중이 낮아졌다는 사정이 오히려 한자 병기의 필요성을 줄이는 근거가 될 수는 있어도 등록 가능한 한자를 제한할 필요성이 사라졌다는 뜻은 아니라고 봤다.

반면 정정미·김복형·마은혁·오영준 재판관은 반대의견에서 해당 조항이 부모의 자녀 이름을 지을 자유를 침해한다고 봤다. 이들은 이름이 개인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수단이고, 부모가 자녀에게 이름을 지어주는 행위는 가족생활 형성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지적했다.

반대의견은 특히 원하는 한자를 추후 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기본권 제한이 가볍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이름은 공적 장부에 기재돼야 사회적 기능을 온전히 발휘할 수 있다는 취지다.

또 과거와 달리 현재는 행정업무가 대부분 전산화됐고 유니코드 등 문자표준과 국내 전산시스템에서 구현 가능한 한자가 수만 자에 이르는 만큼, 자형과 음가가 확인되는 한자는 이름에 사용할 수 있도록 범위를 넓히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고 봤다. 향후 인명용 한자가 개정될 수 있다는 가능성만으로 현재의 기본권 침해가 해소되는 것은 아니라고도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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