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알고도 국회에 보고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이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류경진 부장판사)는 21일 국정원법상 정치 관여 금지 위반, 직무유기 등 혐의로 기소된 조 전 원장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위증 혐의 일부에 대해서만 유죄로, 대부분의 다른 혐의는 무죄로 판단됐다.
재판부는 "조 전 원장은 국민들을 기만하고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했단 점에서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먼저 재판부는 조 전 원장의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혐의 중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관련 문건을 수령한 사실 △윤 전 대통령이 외교부 장관에게 문건을 전달하는 장면을 목격한 사실에 대해 허위 내용의 답변서를 국회에 제출한 혐의에 대해 유죄로 판단했다.
또 조 전 원장이 윤 전 대통령 헌법재판소 탄핵사건에 증인으로 출석해 "윤 전 대통령,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으로부터 계엄 관련 문건을 받은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위증한 데 대해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헌법재판소 탄핵사건에서 위증해 대통령 탄핵 여부 심리·판단을 방해했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대부분 공소사실은 무죄로 판단됐다. 재판부는 먼저 이 사건 핵심 혐의인 국회에 계엄을 보고하지 않은 데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조 전 국정원장이 2024년 12월3일 비상계엄 당시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으로부터 '국군 방첩사령부 정치인 체포 활동을 지원하라'는 윤 전 대통령의 지시를 듣고도 국회 정보위에 보고하지 않은 혐의(직무유기)다. 재판부는 "정치인 체포를 보고받았단 사실만으로 당연히 국정원법 제15조에 따른 보고 의무가 발생했다 보기 어렵다"고 했다.
국가정보원법 위반도 무죄가 선고됐다. 조 전 원장은 2024년 12월 6일~10일 '윤 전 대통령은 정치인 체포 지시를 한 적이 없다'는 기자회견 등을 하고, 같은 취지의 허위 내용의 서한문을 국정원 전·현직 직원 및 외교부 직원 등에게 발송한 혐의를 받는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국정원이 정치인 체포 지시를 받았는지 여부에 대한 의혹을 해명하고 국정원 조직의 안정을 기하기 위해 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했다.
조 전 원장이 박종준 전 경호처장으로 하여금 홍 전 차장의 비화폰 전자정보를 삭제하게 한 혐의(증거인멸)도 무죄로 판단됐다. 재판부는 증거를 인멸할 의도가 없어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봤다. 해당 재판부는 이날 조 전 원장 선고에 앞서 박 전 처장에게도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조 전 원장이 비상계엄 당시 윤 전 대통령이 정치인 체포 지원을 지시했다고 홍 전 차장으로부터 보고받았음에도, 지난해 1월22일 국회 내란국조특위에서 "관련 보고를 받은 적 없다"는 취지로 증언한 혐의(국회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 무죄로 판단됐다.
선고 직후 특검 측과 조 전 원장 측이 모두 항소의 뜻을 밝히면서 사건은 2심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 측은 무죄 부분에 대해 항소하겠단 의사를 밝혔다.
조 전 원장 측은 "1심 재판부가 조 전 원장의 공소사실 대부분 무죄로 판단했다"며 "1심 판결은 사실관계를 바로 잡은 데 큰 의의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판부가 면밀한 심리를 거쳐 내린 판단을 존중한다"면서도 "인정된 혐의에 비해 양형이 과중한 부분에 대해선 항소심에서 타당한 양형을 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