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초 만에 끊긴 전화 한 통..."폰번호 뭐냐" 식당서 감금 여성 찾아냈다

김서현 기자
2026.05.24 09:33

[베테랑]오희준 부천오정경찰서 경무과 경장

[편집자주] 한 번 걸리면 끝까지 간다. 한국에서 한 해 검거되는 범죄 사건은 161만건(2025년 기준). 사라진 범죄자를 잡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이 시대의 진정한 경찰 베테랑을 만났다.
부천오정경찰서 경무과 소속 오희준 경장(32). 원종지구대에서 지역경찰로 근무하던 중 지난 21일자로 경찰서 소속으로 근무를 시작했다./사진=김서현 기자.

"뭐 하는 거야? 놔둬."

지난달 22일 오전 7시18분 경기 부천시 원종지구대. 잡음이 뒤섞인 신고 전화 너머로 30초 가까운 시간동안 들려온 말은 단 두 마디뿐이었다. 하루에도 수십 통씩 접수되는 오인 신고 중 하나로 넘길 수도 있었지만 오희준 경장(32)은 누군가의 구조 신호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오 경장은 전화가 걸려 온 건물 옥상부터 지하까지 수색했다. 동시에 신고 번호로 50통 넘게 전화를 걸었다. 오전 7시36분, 통화가 연결됐지만 20초 가까이 아무 대답이 없었다.

오 경장은 "긴급한 상황이면 무리해서 말하지 말고 긴급신호를 눌러달라"고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 직후 다시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 위치가 약 25m 이동한 것을 확인한 그는 곧바로 인근 해장국집으로 향했다.

식당에 들어선 오 경장은 주인에게 양해를 구한 뒤 10여명의 손님에게 휴대전화 번호 뒷자리를 일일이 물었다. 식당 안쪽에 앉은 40대 남성 A씨와 30대 여성 B씨에게도 다가갔다. B씨에게 말을 거는 순간 눈빛이 흔들리는 순간을 오 경장은 놓치지 않았다. 이어 A씨가 "당신이 뭔데 내 여자친구한테 그러냐"며 욕설을 퍼붓자 확신했다. B씨가 오 경장이 찾던 신고자였다.

이들은 전날 SNS를 통해 처음 만난 사이였다. 두 사람은 서울 홍대에서 만나 술을 마시다 오전 6시쯤 함께 A씨 집으로 갔지만, 친절했던 A씨는 집 안에서 돌변했다. B씨가 커피를 쏟았다는 이유로 폭언을 시작했고 B씨가 집 밖으로 나가려하자 이를 막고 폭행을 시도했다.

B씨는 한 차례 신고를 시도했지만 휴대전화를 빼앗겼다. 이후 속이 좋지 않다며 해장국집으로 가자고 했고, 식당 화장실에서 다시 신고를 하다 쫓아온 A씨에게 제지당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오 경장은 A씨를 감금 혐의로 현행범 체포했다.

오희준 경장이 SNS(소셜미디어) 만남 후 남성의 집에 감금됐던 피해여성을 구조할 당시 찾아갔던 건물. 오 경장은 해당 건물에 위치한 해장국집에서 가해 남성을 검거했다./사진=김서현 기자.
무엇이든 한 번 더 확인하는 '청년 경찰'…"경찰이 천직"

오 경장은 2021년 경기남부 오산경찰서에서 경찰 생활을 시작했다. 외삼촌, 사촌형, 매형 등 가족 중 경찰이 많았다. 자연스럽게 '올바른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경찰 제복을 입었다. 주변에서는 매사 꼼꼼하고 무엇이든 '한 번 더' 확인하는 그에게 '경찰이 천직'이라고 했다.

'무조건 확인하고 보자'는 오 경장의 습관은 또다른 감금 사건 검거 경험에서도 나타났다. 지난해 여름 "딸이 새벽 4시가 되도록 귀가하지 않는다"는 부모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오 경장은 주변 수색 중 병원 1층에 모여있던 학생들을 발견했다.

무리 속에서 유독 표정이 굳어있던 여학생과 대화를 시도한 끝에 이들이 피해 학생을 집과 노래방, 술집 등으로 끌고 다니며 금품을 빼앗은 사실을 밝혀냈다. 가해 학생들은 공동 감금 혐의로 현장에서 체포했다.

지난해 7월 심야에는 "하천 풀숲에 사람인지 물체인지 분간이 안 되는 것이 있다"는 신고를 받고 즉시 출동했다. 여름철 폭우로 강물이 불어난 상황이었다.

오 경장은 "강물 속 물체가 사람일 가능성을 먼저 떠올렸고 구명환을 챙겨 물 속으로 들어갔다"며 "덕분에 점점 강 안쪽으로 들어가던 자살 시도자를 제때 구조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오 경장은 업무 능력을 인정받아 지난 21일 부천오정경찰서 경무과로 발령받았다. 오 경장은 "경찰서의 전체 살림을 총괄하는 경무과에서 조직과 업무를 보는 시선을 넓히고 싶다"고 "항상 한 번 더 확인하는 경찰이 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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