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지만 20년 넘게 함께 살아온 남편이 숨진 뒤 '법률상 아내'가 나타나 유족연금을 주장한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21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서는 중혼적 사실혼 배우자인 여성 A씨 사연이 소개됐다.
A씨는 20대 때 한 차례 이혼한 뒤 오랜 시간 혼자 지내다 현재 남편을 만났다. 당시 남편은 자신이 공무원이며 전처와 이혼한 뒤 어린 아들을 홀로 키우고 있다고 소개했다. 같은 아픔을 겪은 두 사람은 빠르게 가까워졌고, 혼인신고 없이 함께 살기 시작했다.
A씨는 남편이 데려온 아들을 친아들처럼 키웠다. 이후 남편과의 사이에서 딸도 낳으며 가정을 꾸렸다. 다만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점은 항상 마음에 걸렸다. 남편은 바쁘다는 이유로 혼인신고를 미루기만 했다.
10년 넘게 혼인신고가 이뤄지지 않자 A씨는 이유를 따져 물었다. 그러자 남편은 자신이 법적으로 이혼하지 않은 상태라고 털어놨다. 전처가 아들을 두고 집을 나간 뒤 연락이 끊겨 이혼 절차를 제대로 진행하지 못했다고 했다.
A씨는 배신감을 느꼈으나 자녀들이 있는 상황에서 가정을 깨기 어려워 그대로 살아왔다. 그렇게 두 사람은 20년 넘게 부부처럼 지내왔는데, 지난해 남편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그동안 소식이 없던 전처가 장례식장에 나타나 자신이 법률상 배우자라며 공무원 유족연금을 비롯한 권리를 주장한 것이다.
A씨는 "20년 넘게 남편과 살면서 실질적인 배우자로 생활했다"며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아무 보호를 받을 수 없는 건지, 딸은 자기 아버지 자녀로 인정받지 못하는 건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조윤용 변호사(법무법인 신세계로)는 "사실혼 관계도 위자료나 재산분할 청구권 등 법률상 배우자에 준하는 보호를 받을 수 있다"면서도 "A씨 사연처럼 법률혼 배우자가 있는 상태에서 다른 사람과 혼인 생활을 하는 경우를 '중혼적 사실혼'이라고 한다. 일반적인 사실혼과 다르게 법적 보호를 받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률상 배우자가 없는 경우에는 사실혼 배우자도 유족연금을 받을 수 있다"며 "하지만 법률혼 관계가 실질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면 사실혼 배우자는 유족연금을 받을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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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예외적으로 중혼적 사실혼 관계에서도 유족연금 수급권이 인정된 사례가 있다"며 "공무원이 법률혼 배우자와 12년간 별거했고, 협의 이혼서를 작성해 이혼 신청까지 마친 상태에서 갑자기 숨진 경우다. 법원은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법률혼을 해소하지 못했을 뿐 사실상 혼인 관계가 이미 해소된 것으로 보고 사실혼 배우자의 유족연금 수급권을 인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편과 전처 사이의 혼인 관계가 실질적으로 끝난 상태였다는 점을 입증하는 게 핵심"이라며 "전처가 장기간 가출해 연락이 두절되면서 이혼 청구하지 못했던 사정 등을 증명해 사실혼 관계를 인정받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