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묵은 배관 막힘이 마라탕 탓?"…세입자 PTSD 부르는 집주인

김희정 기자
2026.06.28 15:14
입주한 지 일주일이 안 된 세입자에게 싱크대 백수구 막힘 수리비 35만원을 전가하려는 집주인의 사연이 온라인에서 공분을 사고 있다. /사진=커뮤니티 이미지 갭처

이사한 지 일주일도 안 된 세입자에게 수십 년 묵은 배관 문제의 수리비를 떠넘기려 한 집주인의 황당한 사연이 온라인에서 뜨거운 공분을 사고 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사연에 따르면, 세입자 A씨는 새 집에 이사한 지 채 일주일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싱크대 배수구가 막히는 문제를 겪었다. 친구가 집에 놀러 와 마라탕을 먹고 국물을 싱크대에 버린 것이 계기가 됐다.

바로 물이 내려가지 않자 A씨는 집주인에게 연락해 수리 업체를 불렀고, 출장비 포함 35만원의 수리비가 나왔다.

그러나 집주인은 "마라탕 국물을 싱크대에 버린 세입자 잘못이니 전액 부담하라"고 통보했다. A씨로서는 황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결정적인 반전은 현장 수리 기사의 입에서 나왔다. 기사는 배관 내부를 확인한 뒤 "이미 5~7년 동안 기름때가 쌓여 막혀 있던 배관"이라며 "세입자가 운이 나쁘게 마지막 스트라이크를 친 것일 뿐, 수리비는 집주인이 내는 게 맞다"고 명확히 밝혔다.

마라탕 국물이 배수구를 막은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라, 수년간 누적된 노후 배관 문제가 근본 원인이라는 것이다.

/사진=인스타그램 릴스 캡처

법적으로도 집주인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민법 제623조에 따라 임대인은 임차인이 목적물을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필요한 수선을 해줄 의무를 진다. 특히 배관처럼 건물의 기본 설비에 해당하는 부분의 노후화 문제는 임대인이 책임지는 것이 원칙이다.

세입자의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시설을 파손한 경우가 아닌 한, 수선 의무는 임대인에게 있다. 5~7년간 기름때가 쌓인 배관을 세입자의 단순 음식물 처리 행위 탓으로 돌리기는 법적으로도 어렵다는 것이 법조계의 일반적인 해석이다.

누리꾼들은 "마라탕이 방아쇠를 당겼을 뿐, 총알은 이미 들어 있었던 것", "5~7년 묵은 배관 관리를 안 한 집주인이 오히려 할 말이 없는 상황", "저런 집주인 밑에서 살면 앞으로 2년이 걱정"이라는 반응을 쏟아냈다. 일부는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 신청하거나 소액 민사 청구를 하면 충분히 돌려받을 수 있다"는 현실적인 조언도 남겼다.

이 사연은 월세 세입자들이 낡은 집 설비 문제를 만날 때마다 고스란히 감내해야 하는 불합리한 현실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한 누리꾼은 "이래서 세입자들이 PTSD(Post-Traumatic Stress Disorder·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온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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