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기(23)가 '성폭행 목적'으로 고 이채원양을 살해했단 검찰 공소 사실을 처음 인정한 데는 상황상 더 버티기 어렵다고 보고 형량을 줄이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왔다.
장윤기는 13일 열린 두 번째 재판에서 강간 등 살인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지난 5월5일 사건 발생 이후, 두 달 넘게 성범죄 목적 범죄란 걸 부인하다 처음 시인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13일 통화에서 "장윤기가 '생각해보겠다'고 간을 보다가 돌아가는 상황이 도저히 아니다, 버티기 어렵겠다고 느꼈을 것"이라며 "나중에 형량 나오는 건 반성 정도를 볼텐데, 그의 변호사도 (인정하라고) 설득했을 거라고 본다"고 했다.
이어 "전국적인 관심을 받은 사건이고 자신의 아버지도 힘들게 하고 경찰도 초토화되지 않았느냐"며 "더는 본인이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라고 했다.
경찰이 장윤기에게 '단순 살인' 혐의만 적용한 데 대해서도 언급했다. 당시 초동 수사했던 광주 광산경찰서 수사팀은 리얼돌, 케이블 타이 등 장윤기의 성 범죄 목적 살해를 입증할 증거를 누락 또는 인멸한 의혹을 받고 있다. 장윤기 아버지인 현직 경찰관 장모 경감에게 수사 동향을 누설한 의혹도 있어 검찰이 수사 중이다.
오 교수는 "경찰에서 그렇게 한 것을 검찰 조사 과정에서 장윤기가 강간 살인을 인정했다고 하면, 경찰이 이미지를 완전히 구긴 것"이라며 "검찰 보완수사권이 없었다면 (강간 살인 관련 사실은) 완전히 묻혀버렸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보완수사권 폐지 얘기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장윤기가 절묘하게 등장했다"고 했다.
이날 검찰은 장윤기 '강간 살인' 공소 사실 입증을 위해 범행 장면이 직접 담긴 블랙박스 영상을 제시했다. 장윤기 자택 내 훼손된 인체 모형 성인용품, 베트남 여성 A씨를 대상으로 했던 성범죄 수법 유사성, 범행 차량 뒷문을 연 점 등을 들어 '강간 등 살인'으로 죄목을 바꿔 기소했었다. 형법상 살인은 유기 징역도 선고받을 수 있으나, 강간 등 살인은 무기징역 또는 사형만 가능하게 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