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집회 현장에서 입는 이른바 '노조 조끼'를 둘러싼 갈등이 또다시 불거졌다. 집회를 앞두고 식사를 위해 쇼핑몰을 찾은 조합원들에게 보안요원이 조끼를 벗어달라고 요구하면서 경찰까지 출동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17일 머니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5일 낮 12시쯤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 용산점에서 보안요원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국건설노조 조합원들에게 '노조 조끼'를 벗어달라고 요구하면서 갈등이 빚어졌다.
일부 조합원들이 이에 강하게 항의하면서 보안요원과 실랑이가 벌어졌고 경찰도 현장에 출동했다. 경찰 관계자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지만 양측 모두 사건 접수를 원하지 않아 현장에서 상황을 마무리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당일 오후 1시부터 용산역 잔디광장 남측에서 총파업대회를 앞둔 상황이었다. 조끼 탈의를 요구받은 조합원들은 집회 시작 전 식사를 하기 위해 용산역광장 인근에 모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아이파크몰 측은 집회를 제지하려던 것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아이파크몰 관계자는 "다수 시민이 이용하는 광장에서 집회를 하려는 것으로 착각해 제지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말했다.
반면 현장에 있던 조합원 A씨는 "집회나 시위를 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모여 있었을 뿐"이라며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하는 공간인데 노조 조끼를 입었다는 이유만으로 벗으라고 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노조 조끼를 둘러싼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12월에는 롯데백화점 잠실점에서도 보안요원이 이김춘택 당시 민주노총 금속노조 경남지부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에게 노조 조끼를 벗어달라고 요구해 논란이 됐다.
이김 부지회장은 "백화점이나 국회, 법원 등에서 이런 차별을 겪게 된다"며 "시민들이 불편해한다는 이유를 들지만 실제로는 기관이나 시설 운영 주체가 불편한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이어 "당시 백화점을 비판하는 여론이 적지 않았던 만큼 노조 조끼를 이유로 한 차별은 부당하다는 사회적 인식이 자리 잡은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도 노조 조끼를 이유로 출입을 제한하는 건 인권 침해라고 판단했다. 2022년 1월 차헌호 당시 금속노조 아사히비정규직 지회장은 서울남부지법에서 판결문을 열람하려다 노조 조끼 착용을 이유로 제지당했다. 당시 인권위는 방문 목적이 분명하고 청사 내 집회 가능성이 적은 상황에서 출입을 막은 건 행동자유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다중이용시설에서는 사회적 배려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에 노키즈존을 지지하는 사람이 80%"라며 "사회 특성을 고려하면 특정 장소에서 조끼를 벗어달라는 요구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방적으로 권리만 주장하기보다는 서로 배려를 발휘해야 하는 영역"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