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6일 한 김밥집에 배달 주문이 들어왔다. 주소가 병원 병실이었다. 사장님은 손님 요청 사항을 보고 눈물을 펑펑 흘렸다. 이리 적혀 있었다.
'위암 말기로 죽기 전 알게돼 아쉽네요. 먹진 못해도 냄새라도 맡고 추억으로 가지고 가겠습니다. 번창하세요.'
참치김밥 등 메뉴 3개를 주문한 손님. 사장님은 손편지도 쓰고 있는 것, 없는 것 다 서비스로 챙겨주었다. 음식은 추억이라고, 스스로 추억 만드는 일을 하는 거라 자부했다.
이 이야기를 같은날 자영업자 카페인 '아프니까 사장이다'에 올렸다. 누군가 댓글을 남겼다. '그냥 서비스 받으려고 하는 것 같다. 누가 위암 말기에 배달 시키면서 저런 글을 쓰고 있느냐. 1분 1초가 아까워 소중히 보낼텐데.'
사장님은 오히려 바랐다. 서비스 준 것 하나도 안 아까우니까 차라리 위암 말기가 아니길, 그런 바람이었다.
하루 뒤 늦은 밤에 해당 손님 리뷰가 달렸다.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다. 병실 침대에서 찍은 사진, 영수증엔 손글씨로 편지도 적혀 있었다.
'31살 젊은 두 아이 엄마이자 제 아내는, 사장님께 감사하며 좋은 기억을 간직하게 되었습니다. 나중에 매장에 아이들과 한 번 찾아가겠습니다.'
남편이 남긴 리뷰를 보며 사장님은 또 울음을 쏟았다.
이후 잊고 지내다 지난 22일, 사장님은 그 손님이 유명을 달리했음을 우연히 알게 됐다. 리뷰를 남긴 이는 지난 5월 MBC '결혼지옥'에 배그부부로 나왔던 고 김혜빈 씨의 남편이었다. 그는 조의금으로 5만원을 보냈다.
사장님은 이를 '아프니까 사장이다' 카페에 글로 올렸다. 많은 사장님들이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겪은 일을 나누는 이도 있었다.
한 사장님은 "가을에만 호박죽과 녹두죽을 판매하는데, 요청사항에 '어머니 편찮으셔서 주문한다'는 내용이 있었다"며 "이후 모처럼 죽 드시고 동치미 국물까지 드셨다는 리뷰가 달렸다"고 했다. 이어 "며칠 뒤 자녀 분들이 감사하다고 인사하러 오셨다"며 "어머니께서 마지막으로 맛있게 드신 음식이었다고, 어릴 때 먹던 그 맛이었다고 했다"고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