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는 현재 우리 사회의 가장 큰 고민거리다. 양극화는 세금 분야에서도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여러 세목 중 소득세는 재분배의 핵심 기능을 수행하는 조세 항목으로, 구성원들이 사회 유지 비용을 어떻게 분담하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지금 우리의 소득세 구조는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을 보여주고 있으며 동시에 그로 인해 조세 저항과 형평성 논란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오늘 이 시간도 누군가는 주가 상승으로 막대한 자본소득을 누리고 있는 반면 누군가는 주식시장 근처에도 가보지 못한 채 하루하루 생활비를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국세청의 국세통계(2024년 귀속분 기준)를 살펴보면 이러한 쏠림 현상은 명확하다. 우선 소득세의 바닥을 보자. 전체 근로소득 신고자 중 결정세액이 0원인 과세미달자(면세자)의 비율은 32.5%에 달한다. 10명 중 3명은 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다는 뜻이다.
물론 저소득층의 생계 보호를 위해 일정 소득금액 이하에 대한 면세는 필요하다. 그러나 면세자 비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것은 과세 기반이 그만큼 취약하다는 의미이며 '모든 국민은 세금을 낸다'는 국민개세(皆稅)주의 원칙이 실제 현실과 상당히 괴리돼 있음을 보여준다.
시선을 위로 돌리면 상황은 정반대다. 전체 근로소득세수에서 상위 10%가 납부하는 세액의 비중은 약 72%에 이른다. 심지어 상위 1%가 전체 세금의 약 42%를 부담한다.
이는 한국의 소득세제가 상당히 가파른 누진 구조를 가지고 있음과 동시에 고소득층에게 절대적으로 세수 확보를 의존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버는 만큼 낸다'는 누진세 원칙이 적용된 결과라지만 소수에게 지나치게 편중된 세수 구조는 경기 변동에 따라 국가 재정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특정 계층의 조세 저항을 부를 위험을 안고 있다.
문제는 이 통계의 행간에 숨어 있는 '허리 계층'의 박탈감이다. 고물가와 금리 인상으로 실질 소득은 제자리걸음인데 명목 소득이 조금 올랐다는 이유로 더 높은 세율 구간을 적용 받는 이른바 '물가에 의한 증세'가 중산층을 옥죄고 있다. 면세자는 세금을 내지 않고 초고소득층은 각종 공제와 자산 관리로 대응할 여력이 있는 반면 소위 '유리지갑'으로 불리는 중산층 급여생활자는 과세표준 구간의 경계선에서 가중되는 부담을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다.
소득 양극화가 심화될수록 세금의 재분배 기능은 더욱 중요해진다. 하지만 지금처럼 면세자는 넓게 방치하고 상위 계층에게만 마치 징벌처럼 소득세를 부과하며 중산층은 실질 소득 증가 없이 명목상 소득구간 상승의 희생양이 되는 구조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단순히 부자 증세나 서민 감세라는 이분법적 접근으로는 이 복잡한 문제를 풀 수 없다. 면세자 비율을 점진적으로 축소해 과세의 보편성을 확보하고 국민개세주의를 실천하되, 물가상승률을 반영하여 과세표준 구간을 현실화하는 미세 조정이 필요하다.
또한 근로소득과 자산소득 간의 형평성을 맞추고 복잡한 공제 제도를 정비하여 실질적인 담세능력을 반영해야 한다. 기울어진 운동장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이제는 세율이나 소득구간 측면에서 조세형평을 고려하는 세법 개정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법무법인(유) 화우 정종화 변호사의 주요 업무분야는 조세 및 국제조세 관련 쟁송과 자문이며 그 이외에도 각종 행정처분 관련 업무 및 일반 민·형사 사건을 두루 수행하고 있다. 법인세, 소득세, 지방세, 부가가치세, 상속·증여세, 관세, 주세 등 과세처분 및 각종 인허가, 석유수입부과금을 비롯한 다양한 행정처분과 관련한 조세·행정쟁송, 자문사건을 처리하였고, 서울지방국세청, 기획재정부, 문화관광부, 산업자원부, 산림청 등 여러 행정부처에 대해 조세·행정 관련 자문을 제공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