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갔으니 버렸지" 세입자 냉장고 치웠는데…집주인 절도죄?

"이사 갔으니 버렸지" 세입자 냉장고 치웠는데…집주인 절도죄?

송민경 (변호사)기자
2026.09.12 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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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변의 법으로 본 이슈]

[편집자주]  유명인의 사건부터 생활 속 논란까지 일상과 맞닿은 다양한 사건을 법률과 판례를 바탕으로 변호사 기자가 쉽고 정확하게 풀어드립니다.

세입자가 이사를 나가면서 냉장고와 장롱 등 짐을 그대로 두고 갔다면 집주인은 이를 마음대로 버려도 될까. 임대차 계약이 끝났고 세입자도 이미 떠났다는 이유로 남겨진 물건을 임의로 처분했다가 형사책임까지 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임대차 계약이 종료됐다는 사정만으로 세입자가 남겨둔 물건의 소유권이 집주인에게 넘어가는 것은 아니다. 세입자가 해당 물건의 소유권을 포기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다면 물건은 여전히 세입자의 소유일 수 있다. 집주인이 이를 무단으로 가져가거나 처분하면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절도죄 등이 문제될 수 있다.

실제 대법원에서도 세입자가 남겨둔 가재도구를 집주인이 처분한 사건이 있었다. 건물을 새로 취득한 사람이 이전 세입자가 남겨둔 TV와 냉장고, 장롱 등 가재도구를 다른 곳으로 옮긴 뒤 처분한 것이다. 집주인은 세입자가 물건을 버리고 간 것으로 생각해 폐기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물건을 남겨둔 경위 등 구체적인 사정을 살펴 건조물침입과 절도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그렇다고 유사 사례에서 집주인에게 무조건 절도죄가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핵심은 세입자가 해당 물건의 소유권을 포기했는지 그리고 이를 처분한 사람에게 절도의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다.

절도죄가 성립하려면 타인의 재물을 그 의사에 반해 취득한다는 인식과 의사가 있어야 한다. 따라서 실제로 소유자가 물건을 버린 것으로 오인했고 그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면 절도의 고의가 인정되지 않는다.

하지만 집주인이 보기에 낡은 가구나 오래된 가전제품이라 경제적 가치가 없어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세입자가 소유권을 포기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물건을 남겨둔 경위와 세입자의 의사, 집주인이 당시 어떤 사정을 알고 있었는지 등을 종합해 소유권 포기 여부와 형사책임을 판단하게 된다.

보증금 반환 문제 등으로 세입자가 물건을 남겨둘 만한 사정이 있었다면 단순히 버리고 간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다. 집주인이 임의로 문을 열고 들어가 물건을 치우거나 처분하기보다는 명도소송과 강제집행 등 적법한 절차를 이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임대차계약이 종료됐다는 사정만으로 임차인의 물건을 집주인이 마음대로 처분할 권한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세입자가 이사를 마치고 열쇠까지 집주인에게 넘겼다고 해도 남겨진 물건의 소유권까지 당연히 집주인에게 넘어가는 것은 아니다. 집주인으로서는 세입자에게 연락해 남겨진 물건을 가져갈 것인지, 폐기해도 되는지 의사를 확인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세입자가 처분에 동의했다면 문자나 서면 등으로 동의 내용을 남겨두는 것이 좋다.

반대로 세입자가 '남은 물건은 알아서 처리해달라'고 명확하게 의사를 밝혔거나, 당사자 사이에 남겨진 물건의 처분에 관한 합의가 있었다면 달리 판단될 수 있다. 이 경우에도 세입자의 처분 의사가 명확했는지, 동의의 범위가 어디까지였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따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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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경 (변호사)기자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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