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인공지능)가 청년 일자리를 대체하는 동시에 취업을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할 '생존 도구'로 자리 잡고 있다. 기업들이 AI 활용 역량을 갖춘 인재를 선호하면서 취업준비생들은 비용이 들더라도 여러 AI 서비스를 구독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비용 부담을 낮추기 위해 계정을 공유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AI를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어 경제적 여건에 따라 청년들의 취업 경쟁력에도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1일 국가데이터처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고교·대학을 졸업·중퇴한 15~29세 청년 가운데 정보통신업 취업자는 18만3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21.8%(5만1000명)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전체 청년 취업자도 20만2000명 줄었다.
최근 청년 취업난이 심화한 배경 중 하나로는 AI 확산에 따른 일자리 감소가 꼽힌다. 기업들이 비교적 단순하고 반복적인 기초 업무에 AI를 활용하면서 신입 직원이 주로 맡아오던 일자리를 대체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실제 기업들은 신입 채용을 줄이거나 AI를 실제 업무에 활용할 수 있는 인재를 선호하는 추세다. 채용 플랫폼 잡코리아가 지난 1~5월 등록된 채용공고를 분석한 결과 제목에 'AI' 키워드가 포함된 공고는 약 1만5000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70% 증가했다.
잡코리아 관계자는 "최근에는 개발·데이터 등 AI 전문 직군뿐 아니라 기획·제조·미디어 등 다양한 산업으로 AI 인재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며 "기업들이 AI를 실제 업무에 적용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역량을 요구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자격증처럼 정형화된 기준보다 이력서·포트폴리오에 담긴 AI 활용 경험이나 프로젝트 사례를 중점적으로 평가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취업준비생 입장에서 AI 구독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AI로 취업문이 좁아지는 상황에서도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AI에 돈을 써야 하는 실정이다. 마케팅 분야 취업을 준비하는 A씨(28)는 생성형 AI 영상 플랫폼 '힉스필드 AI'와 '제미나이', '클로드' 등 3가지 AI 서비스를 동시에 구독 중이다. A씨는 "영상 제작 직군은 아니지만 포트폴리오를 통해 AI 활용 역량을 보기 때문에 구독할 수밖에 없다"며 "여러 AI서비스를 용도에 따라 구분해 사용한다"고 말했다.
A씨가 매달 AI 서비스 구독을 위해 쓰는 돈은 약 12만원이다.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마련하는 A씨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다. 그는 "AI를 유료 구독하더라도 사용할 수 있는 토큰(AI 사용량 단위)은 제한돼 더 높은 등급을 구독해야 할지 고민이 된다"며 "구독료가 늘어나는 것에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여러 AI 서비스를 동시에 이용하는 청년들이 늘면서 구독료 부담을 줄이기 위한 계정 공유 서비스도 등장했다. 이용자들이 공유 그룹인 이른바 '파티'를 구성해 하나의 AI 서비스 이용료를 나눠 내는 방식이다. 한 구독 공유 서비스는 월 3만원에 가까운 챗GPT 플러스 모델을 공유할 경우 1인당 월 9000원 이하에 이용할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AI 활용 역량이 취업 경쟁력으로 자리 잡을수록 청년들의 경제적 여건에 따른 새로운 격차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유료 AI 서비스를 얼마나 다양하게, 지속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지가 취업 기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기업이 AI 역량을 요구하면서 AI 서비스를 자비로 부담해야하는 청년들에겐 경제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AI 역량을 키울 기회 자체가 부모의 지원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면 취업 기회의 제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대학에서의 AI 서비스 지원을 확대할 수 있도록 유인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